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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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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꽃’을!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4.10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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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Dương Trí on Unsplash
ⓒPhoto by Dương Trí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지난해에 이어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다양한 감염병 예방 조치들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재확인시켰다. 인간이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사람과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필수적이다. 

◇ 호주, “남성에게 꽃을!” 캠페인 펼쳐

최근 호주에서 이러한 인간의 성질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시작한 것은 호주의 시드니와 멜버른에 매장을 둔 꽃집 ‘피그앤블룸(Fig & Bloom)’이다. 이들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의 향상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자선단체 Gotcha4life와 연계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사람들의 정신 건강 문제에 뛰어들고 있다. 

2017년 호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자국 내 자살율의 약 75%가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와 같이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을 웃도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지극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그앤블룸(Fig & Bloom)은 남성을 위한 꽃다발 라인업을 내놓았다. ‘브라더(Brother)’와 ‘부케(Bouquet)’를 합쳐 ‘브로켓(Broquet)’이란 이름을 붙인 이 컬렉션은 “남성이 남성 친구에게 꽃다발을 보내는 것”을 촉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꽃다발은 총 3종류로, 울룰루 등 호주의 웅대한 자연을 모티브로 해서 모두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다. 또 카드도 함께 보낼 수 있다. ‘High Five Bro’나 ‘Miss you Bro’ 등 부담 없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5종류의 메시지를 골라서 꽃다발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꽃다발은 대개 축하나 감사, 친절 등의 감정을 전달할 때 사용하는 아이템으로서 구매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축복 이외의 장면에서 특히 남성이 친구끼리의 친목 도모를 위해서 꽃다발을 이용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브로케(Broquet) 컨셉이 런칭되자마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 많은 사람들이 정신건강과 사회와의 유대관계에 대해 다시 논의할 기회를 제공했다. 

◇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

한편, 남성의 자살률이 높은 것에 관해서 사람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돕는 또 다른 단체인 ‘세인 오스트레일리아(SANE Australia)’의 잭 히스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사람들의 나이, 거주지, 직업, 경제 상황, 문화 배경 등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의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사후 슬픔에 잠긴 주변인들이 그들의 자살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즉, 이들은 괴로운 상황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 단체에 따르면 정신 건강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성별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에 이른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남성이 여성보다 3배는 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약해지는 순간이 있으며, 사람의 위로를 받고 다시 일어설 때가 있다. 하지만 성 역할과 같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규범에 의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주저하는 남성이 적지 않다. 

◇ 한국 “남녀 각각 자신의 성별에 불평등이 많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지난달 11일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정책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청년의 생애 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지난해 10~11월 15세부터 39세 청년 10,101명을 대상으로 성장과정, 성차별 관행경험, 성희롱 피해 경험, 성평등과 결혼·출산 등에 대한 인식 등을 설문했다. 

조사 결과, 놀랍게도 여성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고, 남성은 오히려 남성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 74.6%, 남성은 51.7%가 우리 사회가 각자의 성에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반면에 남성의 18.6%만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봤고, 동일하게 여성의 7.7%만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봤다. 연령별로 특히 남녀 모두 20대 초반 연령대에서 사회 불평등 정도를 인식하는 수준이 가장 높았다. 

또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꼈는지 묻는 질문에는 여성의 32.8%가 ‘그렇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남성 19.4%보다 현저히 높은 비율이다. 또 여성 45.7%가 코로나19로 인해 우울감·무력감·절망감을 자주 느낀다고 답했고, 12.7%는 자살 충동이 늘었다고 응답했다. 같은 답을 한 남성 비율은 각각 31.4%, 8.7%였다. 코로나19로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응답과 가사·돌봄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도 여성 각각 56.6%, 46.6%, 남성 52%, 40%보다 다소 높았다.

이를 두고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청년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동등하게 교육과 기대를 받고 자랐는데,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성 차별적 관행은 그대로 남아 있어 각자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차별’이 아닌 서로 다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남성은 아직까진 여성보다 차별 감수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 감수성이란 아직까지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개념으로, 젠더 감수성(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상황 등을 잘 이해하는 능력)을 포함한 인종, 경제력, 연령, 학력, 장애, 직업 등에 대한 차별적인 요소에 대해 잘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는 보통 젠더 관련 이슈와 관련해서 여성에 한정된 차별 스토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받는 부당한 차별이 암암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남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에게 사회적으로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이 많아질수록 역으로 남성들이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져 여성 전용칸이나 병역의 유무 등을 근거로 내세워 역차별을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문제는 이런 대결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성차별에 대해 공감하고 남녀 누구에게나 가해지는 모든 형태의 성차별을 없애는 ‘연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나는 더 힘들었다”며 실존하는 성차별을 외면하는 끊임없는 젠더 갈등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주의 브로케(Broquet) 캠페인 소식은 더욱더 반갑게 들린다. 젠더 이슈가 활발해진 현재에도 잘 다루어지지 않는 측면을 조명해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서비스의 가치가 향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함께 어울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의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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