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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② : 못난이 농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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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② : 못난이 농수산물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4.0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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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risol Benitez on Unsplash
ⓒPhoto by Marisol Benitez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최근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식품 손실을 줄이고자 ‘못난이 농수산물’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새로운 식품 트렌드로 자리 잡은 ‘푸드 리퍼브(Food Refurb)’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전체 농산물의 20~25%가 유통업체의 기준 미달로 폐기되고 있다*. 단지 외모가 못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것이다. 

이에 미국과 유럽에선 약 2~3년 전부터 환경 문제와 식량 불균형 문제 해소, 농수산물 판로 확대를 위한 ‘푸드 리퍼브(Food Refurb)’가 새로운 식품 트렌드로 확산됐다. 푸드 리퍼브는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나 소비자의 기준에 미치지 못해서 버려지는 농수산물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또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식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트렌드를 가르킨다. 

푸드 리퍼브는 전 세계적으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를 통해 가성비는 물론 가심비(가격대비 마음의 만족도) 높은 농수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더 나아가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 환경보호까지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그에 따라 각 국가별로 가치소비, 착한소비를 대표하는 새로운 B급 농산물 브랜드가 탄생했다.

◆ 해외 사례

푸드 리퍼브는 2014년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인 인테르마르셰(Intermarché)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문구를 내걸고 폐기 위기에 처한 못난이 농산물 캠페인을 펼쳤다. 이는 곧 매장별 일평균 1.2t 판매로 이어졌고, 유럽 전역에 못난이 농산물 소비 운동을 촉진했다. 

영국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인 아스다(ASDA)가 못난이 농산물 소비를 위한 캠페인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영국 내에서 자연주의 요리사로 잘 알려진 제이미 올리버와 못난이 과일을 활용한 메뉴를 제안하며 '웡키 베그 박스(Wonky Veg Box)'를 판매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또 네덜란드의 크롬코마(Kromkommer)는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한 과일 야채수프 전문 유통업체로, 2013년 클라우드 펀딩으로 론칭해 지난해 연 매출 1조2000억 원을 달성했다.

미국에서도 월마트(Wal Mart), 크로거(Kroger’s) 등의 대형 유통업체들도 일반 농산물보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뿐만 아니라, 못난이 농산물을 농가에서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도 시작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내 농가 약 250곳에서 공급받은 신선한 농산물을 22개 도시 20만명이 넘는 소비자에게 일반 마트보다 30%나 저렴한 가격 제공한다. 농가에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매주 배송해주기 때문에 100% 유기농 상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한국의 경우는?

국내의 사정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푸짐한 상차림과 국물 음식을 즐기는 특유의 음식문화와 인구증가, 생활 수준의 향상, 식생활의 고급화 등으로 인해 매년 음식물 쓰레기가 3%씩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 해에 약 581만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해보면 약 15,900t이다. 이는 전체 생활폐기물 하루 발생량 5만3,490t의 29.7%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농산물이 유통업체가 정한 모양·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판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주스용, 가공용으로 소진되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유럽 등의 국가에서처럼 버려질 위기에 처한 ‘못난이 농산물’을 이용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이들 업체는 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농산물 폐기를 줄이고 친환경땅을 늘림으로써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고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착한 소비로도 주목받는 못난이 농산물은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뽑은 ‘올해의 농식품 소비 트렌드’로 선정되면서 농식품 소비에 중요하게 자리매김했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일명 못난이 농산물이라 불리는 비규격품을 원료로 한 가공식품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파프리카, 딸기, 포도, 버섯 등 생산자 대표 수출회사,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 등 11개사가 참여하는 다자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못난이 농산물이 수출 효자 상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고품질 농산물의 가격을 낮추는 부정적 효과도 있어 양날의 검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동안 못난이 농산물은 열풍이 일기 전에는 유통되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기온으로 인해 못난이 농산물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하고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적극적인 유통전략, 정부의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향후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확대되면 전체 농산물 가격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 같은 상황을 뒤로 앞으로도 ‘푸드 리퍼브’ 트렌드는 국내외에서 더욱 중요한 가치로 인정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리퍼브 상품이나 못난이 농산물 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구매 의사도 점차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가치 소비가 중요해진 만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푸드 리퍼브는 더욱 주목받는 트렌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미국 환경보호 단체 NR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20%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폐기되고 있다.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거나 본인의 만족도가 높은 소비재는 과감히 소비하는 성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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