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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똥’으로 만든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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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 똥’으로 만든 맥주
  • 이성주 기자
  • 승인 2021.07.20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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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허브·음식물 쓰레기·거위 배설물로 양조한 맥주
ⓒLahti – The European Green Capital of 2021
ⓒLahti – The European Green Capital of 2021

[프롤로그=이성주]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에는 퇴근 후 저녁에 한잔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그리워진다. 실제로 여름철에는 다른 계절보다 맥주 판매량이 20~3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주류 업계는 '여름'을 맥주 소비량이 급증하는 한 해 장사를 좌우하는 시기로 중요시하고 있다.

그러나 맥주를 생산하는 데에는 생산 원료를 비롯해 생산 과정의 연료, 포장재까지 무수히 많은 자원이 소비된다. 피부로 와닿기 시작한 환경 오염 문제와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는 더 많은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해 요구될 것이 자명하며, 이는 맥주와 같은 주류시장 역시 상황은 매한가지이다.

◇ 친환경 국가, 핀란드 도시 '라티(Lahti)'

핀란드의 작은 도시 라티(Lahti) 시는 유럽 전역 그 어느 곳보다도 선구적인 환경 활동과 지역민의 자발적인 협력 활동으로 인해 환경친화적이기로 유명하다. 수도 헬싱키에서 북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베시야르비(Vesijärvi) 호수 남쪽 만에 위치한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인 라티 시는 2021년 '유럽 녹색 수도 상'을 수상한 지속 가능한 도시이다.

'유럽 녹색 수도 상(The European Green Capital Award)'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도시 환경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자 환경 면에서 높은 수준의 질(質)을 달성한 우수 환경 도시를 대상으로 지정하는 상으로, 2010년부터 매년 1개의 도시를 지정해오고 있다.

라티 시에서 지속가능한 사업을 추진하는 '라티-유럽 녹색 수도(LAHTI-EUROPEAN GREEN CAPITAL)'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미 도시 내 모든 가정 쓰레기의 99%가 재활용 중이며, 2019년에는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 발전소를 중단했다. 궁극적으로는 202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50년까지 폐기물 제로의 순환 경제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 폐기물로 만든 맥주

라티 시에서 최근 한 가지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도시에는 지역 내에 유명한 양조장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 한 곳인 '앤트브루(Ant Brew)'와의 협업을 통해서 순환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Lahti – The European Green Capital of 2021
ⓒLahti – The European Green Capital of 2021

라티 시 인근 주변에는 호수가 있다. 이 아름다운 호수에는 수많은 거위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거위의 배설물들이 호수 주변 공원에 쌓이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었다. 이러한 배설물들은 호수의 부영양화(강·바다·호수 등의 수중 생태계에 생활하수나 가축분뇨 등이 증가하여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를 야기하고, 공원에 해충들이 많아지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앤트브루와 라티-유럽 녹색 수도는 협업을 통해서 거위 배설물을 활용한 맥주 양조를 고안했다. 그렇게 해서 '웨이스티드 포텐셜(Wasted Potential)'이라는 맥주가 탄생했다. 이 맥주는 야생 허브와 빵·베리·과일 등 지역에서 폐기된 음식물과 거위 배설물을 이용해서 양조된다.

이쯤에서 '배설물을 먹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거위 배설물은 식품 내에 사용되는 것이 아닌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다.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 때 맥아를 훈연(연기를 피워서 그을리는 작업)하는데, 이때 거위 배설물을 이용해서 훈연한다. 그러니 실제 맥주의 내용물에는 배설물이 첨가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그동안 거위 배설물로 고충을 겪던 공원은 배설물 문제로부터 해방되었고 지역 공원은 깨끗해졌으며, 더 나아가 조금은 특별한 맥주가 만들어지게 됐다.

한편, 이 같은 시도는 당초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거라는 비난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을 고려할 때에는 훌륭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자원의 효과적인 사용과 혁신적인 재활용 방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웨이스티드 포텐셜 맥주는 모든 종류의 쓰레기들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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