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08-05 16:51 (목)
바이러스 명칭, 누가 정할까?
상태바
바이러스 명칭, 누가 정할까?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7.02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hoto by CDC on Unsplash
ⓒPhoto by CDC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지난 5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주요 변이종의 이름에 지명(地名)이 아닌 그리스 문자인 ‘알파벳’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영국에서 처음으로 검출된 변이종 B.1.1.7은 ‘알파’,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초로 확인된 변이종은 ‘베타’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금까지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는 B.1.1.7, P.1 등 그야말로 복잡하고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으로 불려왔다. 바이러스학자와 미생물학자가 수많은 변이종을 구분하고 정리할 때는 그것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러나 변이종에 의한 새로운 감염에 대해 일반인이 이해하려고 할 때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많은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이름이나 병명에 지명을 사용하는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상을 나쁘게 할 뿐만 아니라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변이종 명칭의 발표를 계기로, 바이러스와 그 변이종의 이름은 보통 어떻게 결정이 되는지 또 팬데믹 혼란 속에서 정해진 명칭 결정의 규칙과 바이러스에 지명을 붙이는 것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이 나왔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 지명을 감염증 명칭으로 사용하는 데 발생하는 악영향

ⓒPixabay
ⓒPixabay

지금까지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장소의 이름이 그대로 바이러스의 명칭이 된 경우는 많이 있었다. 1947년 우간다 지카 숲에서 발견된 지카 바이러스나 2014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강 인근에서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그 탓에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억울한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두고 스위스 베른 대학의 분자 전염병학자 엠마 홋크로프트는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바이러스의 지명 명칭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배웠다. 그 지역에 관해 아는 것이 있다면 이 질 나쁜 바이러스뿐이라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하면서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가급적 지명을 사용하는 것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2015년 WHO는 지명·인명·동물의 종명을 감염증의 명칭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2020년 코로나19의 명칭을 결정할 때에도 WHO는 중국의 우한에 대한 언급을 피해 COVID-19(Coronavirus disease 2019)라고 명명했다. 

그럼에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막지 못했다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전염병 대응의 사회학을 연구하는 알렉산드르 화이트 교수가 지적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등 일부 유력 인사가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속해서 부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COVID-19와 중국의 관련이나 이에 관련된 나쁜 이미지가 세계 각지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조장한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예로부터 감염증 사태는 인종 차별이나 외국인 차별을 정당화하는 먹이로써 사용되어 왔다. 

◆ 바이러스가 최초로 확인된 장소≠발생한 지역

ⓒPixabay
ⓒPixabay

과학적인 관점에서도 지명 사용을 피해야 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사실과 무관한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종이라고 불리던 변이종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초로 검출된 곳이 남아공이었지만, 최초로 변이종이 발생한 환자는 아직도 특정되지 않았다. 남아공이 다른 나라보다도 많은 유전자 분석을 했기 때문에 변이종이 발견되었을 뿐 실은 그 전에 어딘가 다른 나라로부터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이 변이종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이제는 미국이 남아공보다 훨씬 감염자 수가 많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종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부정확한 명칭을 붙인 것에 의한 영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초 남아프리카, 브라질, 영국 등에서 오는 여행자에 대한 입국 제한을 걸었다. 또 명칭을 둘러싼 후폭풍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일도 있다. 1918년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독감(Spanish influenza)의 경우 첫 사례가 미국에서 보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고, 발생으로부터 1세기 이상 지난 지금도 스페인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 이름 정할 때 정해진 규칙 없다

ⓒPixabay
ⓒPixabay

질병의 명칭을 정하는 것은 WHO이지만, 바이러스의 명칭은 바이러스학자와 계통학자로 구성된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ICTV)에 의해 결정된다. 

2020년 2월, ICTV는 당시 2019년 신형 코로나바이러스(2019 novel coronavirus)라고 불리던 바이러스를 SARS-CoV-2(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롸바이러스2의 약자)라고 개명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미생물학자로 ICTV의 코로나바이러스 연구회의 일원이기도 한 스탠리 펄먼에 따르면 이는 2003년에 유행한 사스(SARS) 바이러스 SARS-CoV에 유전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에 이 명칭을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ICTV가 바이러스의 이름을 명명하고 있지만,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병원체가 존재하므로 그보다 하위에 있는 바이러스의 이름까지는 관여하지 않는다. 또 처음부터 정식으로 명명되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 개개인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홋크로프트는 “병원체를 명명할 때의 정해진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과학자가 생각한 명칭이 과학계에서 널리 사용되거나 혹은 다른 이름이 주류가 될지는 그 흐름에 맡긴다는 것이다. 

◆ 그리스 문자 ‘알파벳’을 채택

ⓒPixabay
ⓒPixabay

최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이 같은 일부 변이종이 새로운 감염의 물결을 일으키며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일반인들도 알기 쉽도록 지명을 사용하지 않은 명칭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WHO는 변이종 명칭을 정할 때의 규칙을 정하기 위해 바이러스학자와 미생물 명명에 정통한 과학자를 모아 '발음하기 쉽고 특정 사람들의 인상을 나쁘게 하지 않는 명칭'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다. 협의 결과, 전문가들은 그리스 문자인 ‘알파벳’을 사용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모든 변이종을 개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특히 독성과 감염력이 강하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듣지 않을 수 있는 4종류의 ‘우려되는 변이종(Variants of Concern : VOC)’에 대해 새 명칭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알파와 베타 외에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검출된 것을 ‘감마’, 인도에서 처음으로 검출된 것을 ‘델타’라고 명명했다. 

아울러 집단감염 발생이 확인됐거나 여러 나라에서 확인된 6종류의 ‘주목해야 할 변이종(Variants of Interest : VOI)’에 관해서도 ‘엡실론’, ‘제타’, ‘에타’, ‘세타’, ‘이오타’, ‘카파’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에 WHO는 성명을 통해 정부와 언론사 등에 앞으로 새로운 명칭을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새로운 명칭을 일반인에게도 침투시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발표 전 인터뷰에서 홋크로프트는 WHO가 변이종의 새로운 명칭을 결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은 것처럼 바이러스학자를 모아놓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항상 새 명칭을 사용한다는 데 동의를 얻으면 과학계와 일반 사회에서도 새로운 명칭을 받아들이기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