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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좀비 화재', 지구 숨통을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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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좀비 화재', 지구 숨통을 조여온다
  • 이성주 기자
  • 승인 2021.06.08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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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북극권 지역의 좀비 화재 증가, 무시할 수 없는 이유 
땅속 이탄의 연소로 축적된 대량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우려
ⓒPhoto by Dominik Kiss on Unsplash
ⓒPhoto by Dominik Kiss on Unsplash

[프롤로그=이성주] 얼음으로 가득하고 기온이 낮아서 사람이 생존하기 힘든 북극권. 대다수의 사람들은 북극권에서도 화재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북극권에서도 화재가 발생한다.  보통 5월부터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번개가 많이 치는 6월에 급격히 증가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극권의 산불 발생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땅이 완전히 건조해지지 않은 봄인 4월부터 북극의 산불이 시작되고 있다.

◇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월동 화재’

지난 5월 1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와 미국 알래스카대, 우드웰기후연구소 공동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지에 추운 고위도 지역의 화재를 연구한 내용을 담은 ‘북방지역 숲에서 발생하는 월동 산불(Overwintering fires in boreal forests)’ 논문을 실었다.

해당 연구팀은 2005부터 미국 알래스카주와 노스웨스트주의 산불을 분석했다. 2017년까지의 45건의 산불을 조사한 결과, 큰불이 일어난 이듬해 같은 자리에서 화재가 다시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관찰됐다고 밝히면서 45건의 화재 중 89%가 전 해에 화재가 발생했던 자리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월동 화재는 죽지 않고 다시 되살아난다고 해서 ‘좀비 화재’로 불리고 있다. 이 같은 좀비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은 땅속에 있는 '이탄(Peat, 토탄)'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석탄화 과정의 초입에 위치한 것이 이탄인데, 한번 발화하면 아주 오랫동안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 땅속 토탄에서 발생한 화재는 일반적으로 시속 2.5cm 정도로 천천히 확산한다.

확산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대부분 작은 규모로 끝나지만, 최근 들어서 발생한 좀비 화재는 그 피해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08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했던 좀비 화재는 약 1만 3,700ha의 피해를 끼치면서 그 해 발생한 화재 피해 면적의 약 38%를 차지했을 정도다.

ⓒCopernicus Atmosphere Monitoring Service, ECMWF
ⓒCopernicus Atmosphere Monitoring Service, ECMWF

◇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자주 일어날 가능성↑

좀비 화재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존재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북극과 인접한 지역인 알래스카주와 노스웨스트주에서 1940년대부터 꾸준히 발생했던 좀비 화재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좀비 화재는 그동안 꾸준히 발생해 왔지만, 근래 들어 더욱 심해졌다. 알래스카의 툰드라 습지와 같이 화재 위험성이 적은 내화성 지역에서도 좀비 화재의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좀비 화재가 전체 북반구 화재 중 3분의 1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왜 갑자기 좀비 화재의 발생이 빈번해진 것일까. 기후변화의 영향 탓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대지역의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이 지역 기온이 평소보다 더 올라서 좀비 화재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기온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비가 적게 와 강수량이 부족해 가뭄이 오거나 강 수위도 낮아진 것도 좀비 화재 발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질수록 좀비 화재는 점차 심각해져서 그 피해 범위와 빈도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면 악순환의 고리에 이미 올라탄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이탄이라는 물질은 이끼와 교목, 관목 등 한대지역의 죽은 식물이 썩어서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는다. 이러한 것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반복해서 바닥에 퇴적된 것이다 보니 그 안에 엄청난 양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현재 북극의 약 1만 6,000제곱킬로미터의 이탄 지대에 약 4,150억 톤의 탄소가 저장되어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 세계 이탄 지대는 육지 전체의 3~4%에 불과하지만, 축적된 탄소는 전체 육지에 축적된 탄소의 1/3가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비 화재처럼 이탄을 기반으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일반 화재보다 더욱 많을 수 밖에 없다. 유럽 중기 기상 예보 센터(ECMWF, European Centre for Medium-Range Weather Forecasts)가 운영하는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 Copernicus Atmosphere Monitoring Service)의 지난해 9월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발생했던 북극권에서의 화재로 2억 5,000만 톤 가까운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2019년의 1억 8,100만 톤을 월등히 능가하는 수치였다.

좀비 화재로 발생한 탄소가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더 많은 좀비 화재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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