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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커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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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커피’를 위하여
  • 이성주 기자
  • 승인 2021.04.15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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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커피 마실 수 없게 될 가능성↑
ⓒPhoto by Mike Kenneally on Unsplash
ⓒPhoto by Mike Kenneally on Unsplash

[프롤로그=이성주] 현대인에게 커피는 필수품에 가까워지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세계 연간 원두 소비량은 930만 톤에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만드는데 필요한 커피 원두의 양이 대략 15~20g이니, 엄청난 양의 원두가 소비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2013년 890만 톤에 그쳤던 원두 소비량이 4년 만에 40만 톤이나 증가했다. 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 원두 생산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커피 연구 기관 '월드 커피 리서치 (WCR)'에 따르면 세계 원두 생산량은 지난 30년간 600만 톤에서 1,030만 톤으로 급증했다. 

◇ '커피'가 사라진 세상

최근 들어 생활의 필수품으로 각인된 커피를 앞으로 30년 뒤에는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커피 업계에서는 2050년이 되면 원두 생산량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로 원두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두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이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원두 생산량 증가분의 약 80%는 브라질·베트남 2개국에 의한 것이며, 반대로 다른 국가에서는 생산량이 줄어 커피 산업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진 곳도 많다. 

많은 사람이 평소 즐겨 마시는 에스프레소나 드립 커피의 원두는 대부분 아라비카종인 경우가 많다. 아라비카종은 해발 1,000m급의 기온 차이가 심한 고지대에서 재배되는데, 질병이나 열에 약한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기후변화로 기온 상승과 강수량이 변화하면 커피 녹병(Coffee Leaf Rust, CLR)이나 커피 열매병(Coffee Berry Disease, CBD)에 걸리기 쉽다.

이러한 병에 걸리면 생산된 원두의 품질 저하와 수확량의 감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파산하거나 재배를 포기하는 생산자도 나올 수 있다. 지금의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050년에는 아라비카 원두의 생산량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악의 경우  2050년에는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 지속가능한 커피를 위한 노력

이처럼 머지않아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세상이 올 수 있기에 커피 업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는 더위에 강한 새로운 원두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식품 회사인 네슬레도 콜롬비아를 포함한 중앙아프리카 등에서 커피나무 묘목의 개선과 식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농작물이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커피가 카카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탄소 발자국이 큰 농작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가 많이 생산되면 될수록 필연적으로 커피가 생장(生長)하기가 어려운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테크를 이용하여 커피 원두 없이 커피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시도는 커피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인근의 폐기 식물을 이용하여 커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원재료를 배송하는데 드는 탄소를 없앨 수 있으며, 식물 폐기물을 줄일 수 있기에 제로 웨이스트도 가능하다. 또한 그대로 버려지는 식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농업 및 인근 지역 지원도 가능하여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 커피 원두 없이 만드는 커피

스타벅스가 처음으로 설립되어 ‘커피의 성지’로 불리는 시애틀에서 2019년부터 창업한 바이오테크 기반 커피 업체인 아토모 분자 커피(Atomo Molecular Coffee)가 커피 원두를 사용하지 않고 커피를 만드는 대안을 내세웠다. 커피를 분자 단위까지 분석하여 맛과 향기까지 진짜 커피와 똑같이 재현시키겠다는 포부다.

이러한 대체 커피를 만들려는 시도는 처음은 아니다. 민들레 뿌리로 만드는 민들레 커피나, 커피 원두가 아닌 일반 콩으로 만드는 콩 커피 등이 이미 앞서서 시도된 바 있다. *커피 원두는 커피콩으로 불리지만, 콩과는 다른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대체 커피들은 또 다른 음료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을 뿐, 커피를 대체하진 못 했다. 그렇다면 아토모 분자 커피가 만드는 커피는 앞서 출시된 대체 커피와 달리 커피를 대체할 수 있을까.

ⓒAtomo Coffee
ⓒAtomo Coffee

이전의 대체 커피와 가장 다른 점은 최신 기술을 통해서 커피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이들은 커피 원두를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통해 분자 단위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식물 성분을 사용하여 분자 배열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인공 커피 원두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식물의 줄기, 뿌리, 씨껍질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폐기 식물’의 부분을 조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즉, 업사이클링 커피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이를 위해 로스팅·분쇄·발효가 가능한 커피 원두를 닮은 씨앗을 가진 과일이나 식물을 찾았고, 그중에서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폐기되는 것을 골라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피의 실제 맛은 어떨까. 놀랍게도 맛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블라인드 테스트 시에 30명 중 21명은 스타벅스 커피보다 맛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해당 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의 5대 요소인 향·바디·색·맛·카페인을 개별적으로 분석하고 '최적화'했다. 일반 커피 한 잔에 80~120mg 들어 있는 '카페인'은 60종의 식물 성분에서 추출하여 0~300mg 사이에서 양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커피의 ‘향’은 커피 원두마다 가진 독특한 아로마를 어떠한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는지 파악하여 재현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앤디 클레이치(Andy Kleitsch)는 “(우리의 커피는) 소비자에게는 지속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농가에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커피는 2021년 이내에 전문 소매점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지속가능성이 중요시되는 요즘에는 이 같은 새로운 시도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처음에는 시장과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체육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냉담한 반응을 보인 시장이 조금씩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 상황을 보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커피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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