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이민정] 비타민C가 풍부하고 달콤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과일인 '오렌지'. 하지만 오렌지 나무 종류 중 쓴 오렌지 나무(Citrus aurantium, 광귤나무)의 열매는 달지 않고 쓴맛이 나서 식용하기 어렵기로 알려져 있다.
◆ 스페인 세비야의 '쓴' 오렌지
플라멩고의 본고장,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주(州)의 주도인 세비야(Seville)에는 무려 48,000그루의 오렌지 나무가 심겨 있다. 이 오렌지 나무들은 지금으로부터 약 1천 년 전에 유입되어 이 지역에 뿌리는 내렸다지만, 현지인들은 아무도 따가려거나 먹으려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오렌지 나무들이 쓴 오렌지 나무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오렌지들은 모두 시고 쓴 맛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오렌지는 영국으로 수출되어 마멀레이드 잼으로 쓰이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모아서 매립지로 보내기도 하며, 땅에 떨어져 부서지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세비야에서 오렌지가 발효할 때 생기는 메탄가스로 클린 에너지(청정에너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시범적으로 버려지는 오렌지를 활용하면서 클린 에너지도 얻기 위해 시작됐다.
◆ 오렌지가 '클린 에너지'로 변신
우선 산소가 없는 곳에 오렌지를 두고 그곳에서 미생물을 배양한다. 이때 미생물이 오렌지를 분해하면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이 메탄가스를 이용해 발전(發電)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먼저 지역의 수도사업자인 ‘Emasesa’가 35t의 오렌지에서 클린 에너지를 생성하여 정수장을 움직이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후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1t의 오렌지로 50kW의 전력을 생성할 수 있는데, 이는 5가구의 하루분 소비전력에 해당한다. 만약 세비야 내의 버려지는 모든 오렌지에서 전력을 얻으면, 73,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해당 시는 오렌지를 수확하기 위해 200명을 고용하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오렌지 부위 중에서 에너지 생성에 이용할 수 없는 부분은 퇴비화하여 비료로 만들어 지역 내에서 사용한다고 한다.
후앙 에스파다스 세하스 세비야 시장은 이 프로젝트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Emasesa는 지속가능성 및 기후변화 대책에 관한 스페인의 롤 모델이다”고 말했다. 오렌지로 만든 에너지로 정수장을 가동할 수 있게 된다면, 가정에 전력을 공급한다는 다음 단계로도 이어질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