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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성차별 논란’을 통해 본 대한민국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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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성차별 논란’을 통해 본 대한민국의 현주소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3.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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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João Jesus on Pexels
ⓒPhoto by João Jesus on Pexels

[프롤로그=이민정] 최근 동아제약이 성차별 면접 논란에 휩싸이면서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이와 유사한 면접 시 성차별 일화가 쏟아지고 있다.

◆ 동아제약, '면접 성차별' 논란

ⓒ네고왕2 화면 캡쳐
ⓒ네고왕2 화면 캡쳐

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은 지난 5일 유튜브 채널 ‘네고왕 시즌2-EP.5 생리대편’이 방송된 직후다. 네고왕에서는 진행자 장영란이 생리대 제품을 할인하기 위해 동아제약을 찾아가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을 만나 생리대 할인을 협상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1주일 동안 일부 제품을 60% 할인하고, 1년 동안 49%를 할인하는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으면서 생리대 가격을 협상하는 데 성공했고, 해당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22만 회를 넘기며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편이 올라오고 얼마 뒤 발생했다. 이 영상의 댓글에 한 네티즌이 ‘지난해 동아제약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댓글을 게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말에 면접을 봤다는 작성자 A씨는 ‘여자들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거 동의하냐고’ 묻더니 여성용품 네고라니 웃겨 죽겠네’고 주장했다. 

ⓒ잡플래닛 화면 캡쳐
ⓒ잡플래닛 화면 캡쳐

실제로 기업정보 공유사이트 ‘잡플래닛’에 여성 지원자에게 ‘여자는 군대 안 갔으니까 남자보다 월급 덜 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군대 갈 생각이 있나’ 등을 물었다는 면접 후기가 남겨진 사실이 알려지자 면접 성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불매 운동을 하겠다’ 등 소비자들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거세지자 방송이 나간 지 하루 만에 동아제약 측은 최사장 명의의 댓글을 통해 해당 일을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해당 면접관에 대한 징계 처분과 함께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면접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채용과 인사에 대한 제도 및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네고왕2 화면 캡쳐
ⓒ네고왕2 화면 캡쳐

◆ 면접 피해자 A씨의 반박

이처럼 동아제약 측이 재발 방지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작성자 A씨가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이 같은 사과문이 적절하지 않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A씨는 당시 면접 상황과 자신이 문제를 제기하게 된 이유 그리고 해당 사과문이 옳지 못한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카카오 브런치
ⓒ카카오 브런치

특히 A씨는 "저러한 사람이 인사팀장이고 또 인사팀장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은 성차별이 조직 전체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제약 사과문 내용처럼 단순히 '면접관 중 한 명이 면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정도의 문제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동아제약이 공식 사과문을 댓글의 형태로 단 점 등을 지적하며 "동아제약에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동아제약 측도 반박에 나섰다. 동아제약 측은 지난 8일 언론 매체 인터뷰를 통해 “인사제도 개편을 위해 구직자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매뉴얼에서 벗어난 질문을 했다”며 “면접 중의 커뮤니케이션 미숙이 남녀 간 갈등으로 불거지는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동아제약이 성차별 회사로 비치지는 게 아쉽다고도 전하며 지난해 채용 현황을 공개하며 여성인력을 더 많이 채용했다고도 강조했다.

여기에 A씨와 같은 면접장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올리면서 A씨의 주장과 실제 언급한 말의 뉘앙스에 차이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나서 A씨 글이 진위를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증언의 입장차이를 고려하더라도 A씨와 해당 글의 작성자 글에서 동아제약이 직무 수행에 불필요한 조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질문을 채용 과정에서 제시했음을 알 수 있다.

ⓒ카카오 브런치
ⓒ카카오 브런치

한편, 이 같은 동아제약의 반박 해명글이 이어지자 A씨가 지난 10일 또다시 반박에 나섰다. A씨는 동아제약 측이 공개한 자료를 두고 ‘작년 여성 채용 현황이나 합격자 성비를 물은 것이 아니며 그것과 상관없이 그 시간, 그 장소에서의 성차별을 당한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언론에 배포한 자료들이 해당 면접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동아제약에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문’을 동아제약 채용 홈페이지 메인에 보름 이상 게재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과문에는 ▲해당 질문이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성차별 질문이라는 점을 인정할 것, ▲저것이 왜 잘못된 질문인지 설명할 것, ▲댓글로 사과문을 작성한 것이 잘못된 대처였음을 인정할 것, ▲앞서 사과문에서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치부한 것이 왜 잘못된 행동인지 설명할 것, ▲조직 차원의 범죄임에도 개인의 일탈로 갈음하여 마무리하려 했던 점을 인정할 것, ▲사내 인사 제도 개편 방안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현시점까지도 네티즌을 중심으로 해당 건을 비롯한 그 밖의 성차별을 둘러싸고 갑론을박 설전이 펼쳐지고 있다. 

◆ 남녀고용평등법 ‘직·간접적 차별’ 규제...여성 구직자 44.2% “채용 과정서 성차별 경험”

고용·채용 과정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녀고용평등법은 1987년에 제정됐다. 이후 남녀고용평등법은 몇 차례 개정을 거쳐 성별, 혼인 또는 임신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채용 또는 근로 조건을 달리하거나 기타 불이익한 조치를 취하는 ‘직접적 차별’에 더해 ‘사업주가 여성 또는 남성 어느 한 성이 충족하기 현저히 어려운 인사에 관한 기준이나 조건을 적용하는 것’도 차별로 봄으로써 표면상 남녀를 동일하게 대우하나 그 기준이 특정 성별이 충족하기 현저히 어려워 결과적으로 특정 성별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간접차별문제'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성 평등 위치를 세계적인 범위에서 가늠해 보면 어느 정도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8년 20∼49살 구직경험자 2,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노동시장 성 격차 해소를 위한 전략개발) 결과를 보면, 구직 경험이 있는 여성 중 44.2%가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남성 응답자(22.4%)에 견줘 2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특히 여성 지원자는 결혼과 출산 계획(58.6%), 결혼·출산 뒤 계속 회사에 다닐 것인지 여부(60.2%) 등에 관한 질문을 남성 지원자보다 2배 이상 많이 들었으며, 이외에도 여성은 직장에 다른 성별 직원이 많은 데 근무하기 불편하지 않겠는지 여부, 커피 심부름 등 외적 업무수행에 관한 질문도 남성보다 많이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여성의 일자리 환경을 측정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꼴찌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경제매체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Glass ceil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9년 연속 최하위인 29위를 기록했다(*스웨덴 1위, 아이슬란드 2위, 3위 핀란드, 4위 노르웨이...터키 27위, 일본 28위 등). OECD가 남녀 임금 중간값 격차를 이용해 발표하는 남녀 임금 격차 순위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28개국 중 꼴찌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이 113주년을 맞이했다. 이는 여성의 자유와 참정권, 인권 등의 문제를 주요 주제로 삼는 행사로 범세계적으로 기리는 날로, 1908년 시작된 이래 100여 년이 지난 셈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유리천장 깨기는 고사하고 취업 시장에서부터 성차별을 견뎌야 하며,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임금 격차의 벽을 고스란히 느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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