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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남기고 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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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남기고 간 숙제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3.05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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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전 하사, 사회적 타살 논란...‘차별금지법’ 재조명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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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이민정]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강제로 전역당한 변희수 전 육군 하사가 지난 3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정신건강센터는 상담자로 등록된 변 전 하사가 지난달 28일 이후 연락이 되지 않자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변 전 하사의 시신 상태 및 부패 정도 등을 볼 때 숨진 지 수일이 지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직까지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육군 전차조종수로서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군 복무 중이던 2019년 11월  휴가를 내고 태국으로 가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군으로 복무를 계속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강제 전역을 조치했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군은 이를 기각했고,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다. 이 소송의 첫 변론이 오는 4월로 예정되어 있었다.

◇ 시민사회 애도의 물결 이어져

변 전 하사의 안타까운 소식에 사회 전반에서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4일 “당당한 모습의 멋진 군인,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기갑의 돌파력으로 군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버리겠다’며 크게 웃던 전차조종수 변희수 하사를 기억한다”며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을 함께 꿈꾸던 이들의 따뜻한 인사 속에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도 같은 날 “매우 비통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다하고자 했을 뿐인 고인의 노력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인권위 역시 이와 같은 슬픔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와 같은 슬픔이 반복되지 않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혐오와 차별로부터 보호받아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평등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기를 국회에 재차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트랜스젠더 인권단체인 트랜스해방전선도 추모 논평을 내어 “당신이 있어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수많은 트랜스젠더퀴어 당사자들은 변희수 하사의 용기 있는 선택을 보며 힘을 얻었고,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 전 세계 트랜스젠더 군 복무 현황

BBC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19개국이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들과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역시 허용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태국이 유일하게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지만, 호르몬 치료나 가슴 수술을 한 성전환자만 대상이라 부분적 허용 국가로 분류된다. 

미국에서는 정권에 따라 이들이 군 복무 허용 여부가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트랜스젠더의 입대를 사실상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게 되면서 다시금 허용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미국이 포괄적으로 모두를 포용할 때 이 나라는 더 강해진다”며 “군도 예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자격을 갖춘 모든 미국인이 군복을 입고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것이 군대와 나라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 ‘차별금지법' 제정은 언제쯤?

한편, 변 전 하사의 죽음은 관련 법률과 정책이 미비한 한국 사회의 전체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이 국회에 계류돼있다. 제정안에는 성별·출신국가·나이·성지향성·성정체성·장애·종교 등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평등 및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안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국회 차원의 논의는 실종 상태다. 차별금지법은 처음 제기된 2007년 이후 과거 14년간 7번이나 국회에 발의됐으나, 일부 보수적인 기독교나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인해 제대로 된 한 번도 논의조차 이뤄진 적이 없다. 이를 두고 BBC, 로이터, AFP 등 주요 외신들은 변 전 하사의 사건을 보도하면서 한국을 ‘차별금지법이 없는 국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4일 "정치한다는 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성소수자를 걷어차며 매표를 일삼는 세상에서, 15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 하나 없는 세상에서 성소수자들은 넘쳐나는 혐오와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킬 변변한 법과 제도 하나 갖지 못했다"며 "국회와 정부가 죽였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여당과 야당을 불문하고 여전히 쉬쉬하는 입장이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자성의 목소리로 대신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 전 하사를 추모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무 미안하고 죄스럽다. 지지부진한 평등법, 차별금지법도 죄스럽다. 정말 국회는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자성했다.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국회는 2020년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를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애도 성명을 내고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다하고자 했을 뿐인 고인의 노력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국회에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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