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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SNS 규제가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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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SNS 규제가 불편한 이유
  • 이성주 기자
  • 승인 2021.01.2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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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SNS 업체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가짜뉴스·폭력선동에 대한 제지는 정당하지만, 그 이상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Photo by dole777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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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이성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연초부터 터무니없는 일이 또다시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지난 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수도 워싱턴에 위치한 국회의사당(Capitol Hill)을 점거하는 난동을 일으켰다. 당시 국회의사당에서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통해서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사실상 반란으로 규정지어진 이번 사건을 선동한 것으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

◇ SNS 업체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을 틀어막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회 의사당 점거 사건 이후 자신의 대표적인 SNS인 트위터(Twitter) 계정을 영구 정지된 것에 이어 페이스북에서도 침묵을 강요 당했다.

트위터 측은 지난 8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정을 “새로운 폭력 선동의 위험”을 이유로 영구 정지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는 연관된 계정들까지도 정지 조치를 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 측에서도 계정 정지에 대한 무기한 연장을 표명하고 있어 적어도 바이든 후보자의 대통령 취임식인 20일까지는 계정이 정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SNS 업체들의 강경한 조치에 환영의 뜻을 표하는 이들이 많지만, 반대로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에 불만을 갖던 이들 중에서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이번 대선 이전부터 가짜 뉴스의 범람을 계기로 소셜 미디어 운영사에 대해서 콘텐츠 관리 강화를 요구하는 압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 의사당 점거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당연한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있다.

◇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

그러나 전문가와 인권단체는 이런 판단이 이루어지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에 대해서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SNS 업체들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그 판단 과정이 불투명한 것이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강력한 권력을 자랑하는 미국 대통령마저도 입을 다물게 만드는 힘을 SNS 업체들이 가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는 국제적인 인프라같이 행동하면서 자유로운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용하는 계정이 정지되거나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해도 그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 여부가 어디까지인지 분명하지 않다. 지금까지 반복 지적되어 온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문제점이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정 영구 정지 조치를 계기로 다시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미 대통령은 SNS를 이용하여 선거 결과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의심의 씨를 뿌리면서 유권자의 신뢰를 손상시켜왔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지금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SNS 기업이 브레이크 없는 권력을 행사할 우려와 선례를 남기고 말았다. 이미 이러한 소셜 미디어는 우리 생활에서 떼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민간 기업의 경영진이 결정한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설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는 지난 15일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페이스북과 같은 SNS 업체들이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대응을 지속해서 잘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근거 없는 주장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올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막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방문자와 페이지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위해 애초부터 그러한 잘못된 정보를 용인한 것부터가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의 브렌든 나이안(Brendan Nyhan) 교수도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한 것이 올바른 판단이라 해도 플랫폼이 이러한 판단을 하는 과정이 SNS 업체의 운영진들이 내리는 것은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으며,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도 이번 결정을 두고 우려하고 있다고 총리 대변인이 앞서 11일 밝혔다. 민간 기업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슈테펜 세이버트(Steffen Seibert) 대변인은 "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중요한 기본적인 인권이다. 그리고 이 기본적인 인권이 제한되는 것은 법률을 통해서야만 하며, SNS 업체 경영진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이 관점에서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이 영구 정지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세이버트 대변인은 가짜뉴스와 폭력 선동은 "매우 문제”라고 강조하면서도, 이것에 대한 제한은 국가가 법적 규제를 수립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계정을 영구 정지하고 게시물을 볼 수 없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짜뉴스에 경고를 표시하는 SNS 업체의 지난 몇 달의 대응은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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