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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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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의 진화
  • 이성주 기자
  • 승인 2020.12.23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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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없는 전기 생산의 필요
발전 조건이 까다로운 풍력발전이 기술 개발을 통해서 점차 진화
ⓒVortex Bladeless
ⓒVortex Bladeless

[프롤로그=이성주] 일상 속 필수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로 ‘전기’가 꼽힐 것이다. 전기 없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기기가 쓸모없어진다. 냉장고도 핸드폰도 컴퓨터도 전구도 모두 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과 함께 더 많은 기기가 전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더 많은 기기에 전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곧 더 많은 전력 생산이 필요하다는 말과 같다. 

그러나 놀랍게도 전기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발전방식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물을 이용할 뿐인 수력발전도 댐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온갖 환경적 악영향이 존재하며, 깨끗하고 안전하게 전기를 만든다고 주장하는 원자력발전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과도 같다.

지구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국가에서는 그나마 환경오염이 적은 방식으로 발전으로 하려고 한다. 대표적인 발전방식이 '풍력발전'이다. 풍력발전은 말 그대로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방식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산이나 해안선에서 설치된 커다란 날개가 달린 풍차의 모습이 우리에겐 익숙하다.

◇ 풍력발전의 원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풍력발전기는 바람개비와 유사하다. 기다란 기둥 위에 날개가 달려있고, 바람이 불면 날개가 돌아간다. 다만 바람개비와 다르게 아주 커다랗고, 무거운 쇠로 되어있다는 차이점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익숙한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커다란 풍차 날개(Blade)를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거대한 날개가 풍력발전기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다. 발전의 원리는 간단하다. 바람의 힘으로 발전용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우선 바람을 최대한 풍차 날개에 많이 모아야 한다. 모인 바람이 풍차 날개에 닿아서 커다란 날개를 회전시키고, 풍차 날개는 한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담긴 운동에너지를 기계적인 회전력으로 변환시켜준다. 이 회전력을 이용하여 발전용 터빈(Turbine)을 돌려서 전력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 풍력발전기가 커다란 이유

풍력발전기의 특징상 날개(Blade)의 크기가 크고 길수록 발전량이 늘어난다. 즉, 풍력발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발전기에 붙어있는 날개가 커야 하고, 커다란 날개를 지탱하기 위해서 풍력발전기의 크기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현존하는 풍력발전기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덴마크 MHI 베스타스(MHI Vestas)사의 것으로 로터 직경이 164m에 다다른다. 그러나 이것은 곧 바뀔 예정이다. 미국 GE사가 올해 개발한 Haliade-X는 그보다 더 큰 로터 직경 220m에 날개 길이만 107m이다. 해당 풍력발전기는 현재 잉글랜드 북동쪽 해안에 조성 중인 도거 뱅크 풍력 발전 단지(Dogger Bank Wind Farm)에 설치 중이다.

ⓒGE
ⓒGE

가장 큰 풍력발전기가 아닌 일반적인 크기의 풍력발전기도 날개 길이가 보통 50m 정도인데, 날개 하나의 무게가 약 10톤으로 매우 무겁기 때문에 현재 운용 중인 풍력발전기는 대부분 날개가 3개이다. 날개가 3개보다 더 많아질 경우 너무 무거워서 위험하고, 3개보다 적으면 안정성이 떨어져서 위험하기 때문이다.

발전효율 상 어쩔 수 없이 풍력발전기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날개가 크고 길어질수록 이를 지탱해야 하는 기둥(mast)도 크고 길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풍력발전을 위해서는 엄청나게 큰 발전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엄청나게 커다란 발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이고 설치하기가 힘든 단점이 있다.

◇ 차세대 풍력발전기

최근 이러한 풍력발전의 일반적인 상식을 바꾸는 기술이 등장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스페인의 보텍스 블레이들리스(Vortex Bladeless)라는 업체가 풍력발전기의 새로운 모델을 제안한 것이다. 이들의 모델은 기존 풍력발전기 날개의 회전 운동이 아닌 소용돌이와 같은 바람의 회전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발전을 한다. 정확하게는 유체역학에서 말하는 와류현상(渦流, Vortex)을 이용한다. 유체역학에서의 와류란 유체의 흐름의 일부가 교란을 받아 본류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현상이다.

보텍스 사가 제안한 방식은 바람의 소용돌이가 마스트 전체를 따라 발생하고, 기존 풍력발전기의 날개에 사용되는 재료인 탄소 섬유와 유리 섬유로 강화된 수지로 만들어진 본체는 그 무게를 이용하여 마스트의 진동을 확대한다. 마스트 안에는 2개의 자석 링이 장착되어 풍속에 상관없이 마스트의 움직임을 증폭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진동(운동에너지)이 발전기에서 전기로 변환되는 것이다.

발전에서 전기 생산은 터빈이 돌아간 면적이 비례한다. 이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는 동일한 높이의 기존 3개 날개를 가진 풍력발전기의 전기 생산의 최대 30% 정도의 발전 효율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델은 기존의 3개 날개를 가진 풍력발전기보다 전력 효율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이즈가 작고 외부에서 돌고 있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풍력발전기를 동일한 표면에 설치할 수 있으며, 발전기 설치 비용도 기존의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이러한 낮은 전력 효율성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당 풍력발전기는 작은 사이즈이기 때문에 15kg 정도로 대단히 가볍고, 유체 난류를 기반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풍향과 강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서 도시 환경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외부에서 회전하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윤활유가 필요 없고, 날개 회전으로 인한 소음도 없기 때문에 기존 풍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풍력발전의 현주소

국내에서도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으며, 앞다퉈서 풍력발전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풍력발전은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데, 그러한 이유 중의 하나가 기존 풍력발전기의 특징 때문이다.

커다란 날개를 돌리기 위해서는 강하고 빠른 바람이 지속해서 불어야만 한다. 기본적으로 초속 3m 이상의 바람이 불어야만 발전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 지속해서 불어야만 효율적인 발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국내에는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이 거의 없다.

설사 조건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산 정상과 같은 곳에 있기 때문에 설치가 쉽지 않으며, 산 정상이다 보니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존 풍력발전기가 제구실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바람 조건은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라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적당한 바람 없이는 발전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발전효율 상 커다랗게 설치되어야 하는 기존 풍력발전기와 비교해서는 작기 때문에 설치와 같은 문제는 적으며, 와류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풍력발전기와 다르게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날개 없는 풍력발전기가 정말로 효율적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크고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만 하던 기존 풍력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기대를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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