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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영화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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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영화와 코로나19의 상관관계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0.11.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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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통해 학습된 공포와 스트레스 등에 강해질 가능성 높아↑
ⓒPhoto by Stefano Pollio on Unsplash
ⓒPhoto by Stefano Pollio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의도적으로 관객의 근원적인 두려움을 건드려 부정적인 정서를 일으키는 영화 장르의 하나로 ‘공포 영화’가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공포 영화는 장르적 특성상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린다.

한편 이별이나 소중한 사람의 죽음 등 비극적인 상황과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공포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에 의하면 영화가 끝나는 순간 두 가지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첫째는 영화를 끝까지 봤다는 자신감과 그리고 고양감을 띤 안도감이다. 또 어두운 집안에서 마음껏 비명을 지르다 보면 일주일 치의 피로와 함께 마음속 응어리를 씻어낸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공포 영화=두려움에 대한 대비 방법

지난 6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공포 영화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위험 없는 공포에 맞서는 이른바 ‘폭로 요법’에 대해 소개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의 문학 및 미디어학 준교수이자 ‘오락적 공포 연구소’의 소장인 마티아스 크라센은 공포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공포체험은 “미세조정이 가능한 대처법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크라센 준교수는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에 공포 영화 팬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도 정신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내용의 결과가 담긴 논문을 지난 9월 15일자 심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보는 것으로 자신이 공포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알게 되며, 감정을 조절 방법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크라센 준교수는 사람들이 두려움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왜 어떤 사람들은 두려운 감정을 일으키는 이 같은 오락거리에 끌리는지를 연구하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 '폭로 요법'이란?

트라우마와 공포증에 대해 말하려면 먼저 우리 몸이 두려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협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싸울까 혹은 도망갈까” 반응 중 하나를 나타낸다. 그 자리에 머물러 두려운 감정의 원인과 맞설 것인지 아니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도망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 반응은 몸의 다양한 기관과 결부된 ‘교감신경계’에 의해 일어난다.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면 이 시스템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일으켜 심박수와 혈압이 높아지고, 많은 혈액이 근육으로 보내져 위협에 대처할 수 있도록 몸을 대비한다.

그러나 위협이 사라지거나 그것이 진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기분이 침체하는 등의 ‘부교감신경계’가 뒤를 이어 몸의 ‘안정과 소화’ 반응을 일으킨다. 이것이 위협이 지나간 뒤에 느끼는 안도감의 하나의 원인이다. 이 안도감을 잘 이용하려는 것이 바로 ‘폭로요법’이다. 

그동안 폭로요법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실증되어 왔다.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각종 공포증, 강박 장애 등의 불안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치료법은 두려움을 야기하는 상황을 접함으로써 뇌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편도체를 활성화시켜 재훈련시킨다. 예를 들어서 거미 공포증 환자에게 실제로 거미를 만지게 하거나 가상현실에서 유사체험을 시키는 등 의식적으로 거미와 관련시키게 한다. 이러한 방법에 의해 환자가 안전하게 거미와 자주 접함으로써 공포심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통제된 상황에서 경험하는 공포 체험은 안전한 환경 속에서 실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전문가가 꼼꼼히 지켜보면서 상황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며 필요하면 멈출 수도 있다. 

공포 영화 효과도 이것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2018년 학술지 ‘진화 행동과학(Evolutionary Behavioral Science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공포 영화 애호가가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는 데는 거실의 소파와 어두운 분위기라는 안전한 상황에서 두려움을 스스로 통제하여 성취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의학 교수이자 프로이트파 정신분석학자인 마틴 그로잔은 1950년대에는 이미 “미국의 중고생에게 공포 영화는 스스로에게 행할 수 있는 정신요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1990년대에는 심리적인 문제를 갖고 있던 13세 소년의 치료에 공포 영화를 사용한 예가 보고됐다. 당시 논문에는 “오래전부터 옛날 동화가 어린아이들에게 다양한 효과를 미쳤듯이 중고생도 공포 영화를 봄으로써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적혀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두려운 감정을 일으키기에 공포 영화가 가장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보고한 논문(2020년)이 있다. 뇌과학 전문 학술지 ‘뉴로이미지(Neurolmage)’에 실린 해당 논문에 따르면 공포 영화를 본 뇌의 일부분이 위협을 진짜라고 인식하고 현실 상황에 반응하도록 몸을 대비시켜 심박수가 높아지고 동공이 열리며 혈압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사람들은 종종 공포 영화를 본 후 안도감에서 즐거운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고 미국 템플대학의 미디어 연구 교수인 존 에드워드 캠벨 교수가 지적했다. 무서운 영화를 본 후에 뇌가 스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는 능력은 신경 화학적으로 즐거운 감정을 느끼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데는 “‘안정과 소화’라는 뇌의 반응과 관련해 방출되는 도파민이 행복감을 높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포 영화가 가져다주는 바람직한 효능은 ‘흥분 전이 이론(Excitation transfer theory)’로도 설명할 수 있다. 공포 영화를 보는 등을 통해 무언가 끔찍한 일을 당하는 것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두려움은 이후에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킨다는 개념으로, 미국 앨라배마대학의 명예 학장으로 정보과학 통신 심리학 교수인 돌프 질먼에 의해 전파됐다. 

◆ '절규 요법'이란?

그러나 많은 연구자가 현시점에서 공포 영화가 트라우마와 공포증 치료에 유효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관관계는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이에 현재 오프스대학의 크라센 준교수는 동료인 콜튼 스크리우너와 함께 두려움을 임상에 응용할 가능성과 중도의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포 매체를 건설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조사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또 ‘비명 : 공포과학의 오싹한 모험(Scream : Chilling Adventures in the Science of Fear) ’의 저자이자 사회학자인 매기 커는 공포 영화를 찾아보거나 귀신의 집을 찾는 등 이른바 ‘자발적 네거티브 체험’에 대한 예비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는 지난해 연구로 커와 연구팀은 이러한 체험 후에 느끼는 고양감이 두려움을 일으키는 자극에 의한 뇌의 신경화학 반응을 저하시켜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줬다. 이러한 현상을 임상적 상황에서 재현할 수 있다면 임상적 개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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