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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사태에 무너진 ‘정장’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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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사태에 무너진 ‘정장’의 세계
  • 이소야 기자
  • 승인 2020.11.16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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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정장 시장의 내리막길 가속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부활할 가능성↓
ⓒPhoto by Alexander Naglestad on Unsplash
ⓒPhoto by Alexander Naglestad on Unsplash

[프롤로그=이소야] 남성 의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것 중에는 '정장'이 있었다. 남성 의류의 대명사이던 정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맞춤·고급화 전략으로 영원불멸의 지위를 얻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정장의 시대'가 저물어가려 하고 있다.

정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은 비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국내외에서 정장 시장은 몇 년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직장 내 자율복장제의 영향으로 업무 현장에서도 격식 없는 차림이 주목을 받는 점에서 정장 시장이 더욱 축소될 거라는 전망만 가득했다. 그것을 '맞춤-고급화' 전략으로 붙잡고 있었을 뿐이다. 코로나19는 이러한 안간힘을 내친 것에 불과하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비즈니스 기회가 줄어든 데다 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의 확산으로 정장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제로 글로벌 정장 전문 의류기업의 파산 신청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정장 시장의 어려움

외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202년 전통의 미국 남성 정장 브랜드 ‘브룩스브러더스’가 8일(현지 시각)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818년 문을 연 브룩스브러더스는 에이브러햄 링컨부터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이 즐겨 입었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북미에서만 200여 개, 45개국에 500여 개 매장을 가진 대형 브랜드이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급감, 임대료 부담으로 경영난을 겪어 왔다.

이달 2일에는 미국 남성 정장 프랜차이즈 ‘멘즈웨어하우스(Men’s Wearhouse)’, ‘조스 A 뱅크’, ‘K&G' 등을 보유한 ‘테일러드 브랜즈(Tailored Brands)’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북미 지역에만 매장이 1,400여 개인 이 회사는 6월 초 기준 부채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를 넘어섰다.

국내 시장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1년 6조8668억 원 규모였던 국내 남성복 시장은 지난해 4조582억 원으로 41%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년 동안 시장 규모가 해마다 평균 6%씩 줄어들었으며, 전체 패션 시장에서의 비중 역시 2001년 24.8%에 비해 15.1%포인트 하락한 9.7%에 그쳤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앞으로도 남성 정장 시장이 지속해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가면 괜찮을까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후에도 당분간 정장의 시대가 돌아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재택근무의 트렌드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으며, 코로나19로 인해서 급격히 바뀐 행동 양식으로 인해서 정장의 공급망(Supply Chain)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전 세계 양모 최대 생산지인 호주에서는 많은 양모 생산 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다. 호주의 고급 양모 가격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초에 1kg당 20.16달러였던 양모 가격이 지난 9월 초에는 1kg당 8.58달러까지 하락했다. 양모 생산 농가뿐만이 아니다. 양모를 통해서 직물 원단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정장 시장의 우려스러운 점은 코로나19를 극복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한번 망가진 공급망이 정상화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양모 생산 농가가 버티지 못하고 양모 생산이 아닌 양고기 생산으로 변경하거나, 직물 원단 생산 업체가 정장용 원단이 아닌 좀 더 수요가 많은 여성복 원단 생산으로 변경할 경우 이를 다시금 복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다시 변경하더라도 그 기간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부터 내리막길에 접어든 정장 시장은 더욱더 내리막길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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