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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산 VS 5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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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산 VS 5일산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0.10.23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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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기술 이용해서 3~5일 숙성으로 21년산 위스키 맛 재현
스카치위스키 협회 “인정할 수 없어”
ⓒPhoto by Adam Jaime on Unsplash
ⓒPhoto by Adam Jaime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위스키(Whiskey)는 양주의 대명사로 맥아 및 기타 곡류를 당화 발효시킨 대표적인 증류주이다. 특히 제조 및 숙성 방식과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섬세하게 바뀌며, 장시간 숙성시킨 위스키일수록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런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 등장한 한 스타트업이 이러한 전통적인 위스키 숙성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위스키 업계에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 비스포큰 스피리츠(Bespoken Spirits), 짧은 시간으로 수십 년산 숙성 위스키의 맛과 향 등 재현

재료과학자 마틴 야누섹과 기업가 스튜 애런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증류주 제조회사 ‘비스포큰 스피리츠(Bespoken Spirits)’는 지난 7일 위스키 숙성 프로세스를 가속시키는 초단기 숙성 위스키 제조 사업에 260만 달러(한화 약 29억 원)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현재 자신들이 특허 출원 중인 방법을 이용한다면 증류주 업계는 연간 200억 달러(한화 약 22조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매년 미국 켄터키주에서만 버번 등 증류주 910만 종류 이상이 숙성 중에 있지만, 연간 2,000만 갤런(약 7,570만 리터) 가까이가 숙성 과정에서 증발하여 손실되는 양이 많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새로운 숙성 기술을 통해 통에서 장시간 숙성시켜야 하는 위스키의 맛과 색, 향을 불과 며칠 안에 재현할 수 있으며,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즉, 단 3~5일 숙성만으로 21년산 위스키의 맛과 향을 ‘복사’할 수 있다고 장담한 것이다.

비스포큰 스프리츠의 설립자 중 한 명인 스튜 애론 씨는 “재질공학과 데이터 분석을 이용해서 고객의 주문대로 증류주를 만든다. 고객은 (숙성에 걸리는) 긴 시간과 비용의 70%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위스키는 같은 조건에서 제소해도 통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 때문에 마스터블렌더라는 주류 제조 전문가가 이를 균일하게 맞추는 데 이 비용 또한 사실 만만치 않다. 비스포큰 스피리츠는 이런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심지어 가격 또한 시중에서 거래되는 위스키를 고려했을 때 놀랍도록 저렴하다. 375mL 기준으로 35달러(한화 약 4만 원)밖에 하지 않는다.

◇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비스포큰 스프리츠 측에 따르면 해당 위스키와 버번은 이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수상경력도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의 제품은 현재 위스키 업계에서 그다지 좋은 시선을 받고 있진 않다. 미국 위스키 정보 사이트 ‘위스키워시(WhiskeyWash.com)’의 평론가 존 도버는 제품에 대한 리뷰에서 “술 세계의 중심에서 새로운 것을 가져오려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라고 말했지만, “단지 창조적인 과정을 돈을 쉽게 벌기 위한 방법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지름길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분개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냉소적인 발언이 일방적인 것은 아니다. 스카치위스키 협회는 주류 시장에서 ‘위스키’라는 이름을 달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 동안의 숙성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위스키의 품질 정의는 전통적이고 역사 깊은 위스키의 명성을 보호하며, 다른 기술로 생산되는 다른 알코올은 그러한 명성을 부당하게 이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라벨을 표시해야 한다”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같은 업계의 반발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스포큰 스프리츠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거액의 시드 투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로는 Clos de La Tech 와이너리의 소유주 T.J 로저스(T.J Rogers)와 메이저리거 데릭 지터(Derek Jeter)가 있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고급 위스키’를 쉽고 빠르게 대량으로 만들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 같은 목표가 주류 업계에 혁신적인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어떨지는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시대에 맞춰 주류 업계 또한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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