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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낙태 허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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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낙태 허용’ 논란
  • 이소야 기자
  • 승인 2020.10.09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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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헌법불합치로 ‘낙태죄’ 개정안 입법 예고
폐지가 아닌 임신 주수에 따른 허용 요건 변경으로 개정
ⓒPhoto by Daniel Reche on Pexels
ⓒPhoto by Daniel Reche on Pexels

[프롤로그=이소야]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를 원하는 부부 또는 파트너 간이나 인구절벽에 맞닥뜨린 사회의 입장에는 확실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원하지 않거나 경력을 쌓아가는 여성 등 양육 준비가 어려운 여성에게도 과연 해당하는 소리일까.

◆日 여성, 임신과 출산으로 진로 계획 어려워

지난 5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재미난 기사가 올라왔다. 이직과 출산이 어려운 일본 여성 직장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전 세대와 달리 요즘 20~30대 직장인들은 취업하게 되면 진로 계획을 세울 때 이직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런 점은 일본도 마찬가지로 2018년도 조사에 따르면 2013년도에 비해서 20대의 여성의 이직율이 2.4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라는 부분이 겹치게 될 경우에는 이직이 쉽지 않아진다. 또한 이직을 한다해도 암묵적으로 이직 후 1년 이내에 임신을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일본도 법적으로 출산 및 육아 휴가가 보장되며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직 후 1년 이내에 임신할 경우에는 사내 분위기상 좋은 시선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암묵적인 룰을 적용하다 보면 여성이 진로 계획을 제대로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아지게 된다.

암묵적인 룰을 극복 또는 수용해서 임신과 출산을 하더라도 여성들에게는 '육아 휴직'이라는 큰 장벽이 남아있다. 2019년 일본 후생노동성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여성의 육아 휴직 비율은 80%에 다다랐다. 하지만 이는 실제 현황과 다소 다른 수치다. 2020년 내각부의 저출산 사회 대책 백서에 따르면 여성 2명 중 1명은 첫 아이 출산 전후에 퇴직을 결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이유는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즉,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 2명 중 1명은 육아 휴가 취득 전에 퇴직하고, 남은 1명 중에서 80%만이 육아 휴직을 한다는 것이다.

◆美 코로나19로 인한 여성의 노동 가중↑

지난 30일에 미국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와 여성 지원 단체 린인(LeanIn.org)이 발표한 연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추가된 ‘(가사 노동)수요’로 인해 여성의 4분의 1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경력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17개 회사 4만 명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일명 ‘워킹맘’으로 칭하는 일하는 여성은 일하는 남성보다 3배 많은 가사 노동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중년의 일하는 여성이 같은 연령의 남성에 비해 더 지친 느낌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그 이유는 해당 수준의 여성 수가 월등히 적었으며, 이들은 젊은 근로자에 비해서 가정 내 양육도 담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韓 '조건부 낙태죄' 입법 예고 논란

최근 국내에서는 정부가 낙태죄 관련 법안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을 10월 7일부터 20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낙태를 전면금지하고 있는 형법 자기낙태죄 및 의사의 업무상동의낙태죄는 헌번불합치이므로 올해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에 따른 후속 조치이다. 

이번 모자보건법 입법예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자연유산 유도 약물 도입 근거 마련 △위기갈등상황의 임신에 대한 사회적 상담 지원 △세부적 시술 절차 마련 △원치 않는 임신 예방 등 지원 △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및 형법 적용 배제 조항 삭제

법무부도 지난 7일 동일한 사유로 ‘형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처벌·허용 규정 일원화 △허용기간·사유 차등 규정 △절차적 허용요건 설정

그러나 정부의 입법 예고안이 발표되자 여성단체를 비롯한 사회 각층에서 반발이 일어났다. 특히 형법 개정안에서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허용조건을 개정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형법 개정안은 ‘낙태의 허용요건’ 조항을 신설해 처벌·허용 규정을 형법에 일원화하고, 기존 모자보건법상 허용 사유에 더해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추가 규정함으로써 낙태죄 조항의 위헌적 상태를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헌재의 헌법불합치의견 중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의 위헌성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결정 가능 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하여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까지도 예외 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여 낙태한 경우 형사처벌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에 있다. 

또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낙태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는 점도 있다. 그런데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하여 각각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임신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라는 부분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이번 개정안에서는 허용 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허용요건을 임신 '14주와 24주'로 구분하여 차등 규정했다. 해당 내용으로 보면 임신 14주까지는 절차와 요건 없이 임신한 여성의 의사만으로 임신 중단이 가능해진다. 임신 15주에서 24주까지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조건과 더불어 사회적·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조건부’로 임신 중단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 같은 사유로 임신 중단을 할 경우,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더 나아가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던 모자보건법상의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된다. 그밖에 유산 유도약이 허용되고,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낙태 거부도 인정된다.

한편,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정부안을 비판하며 국회 차원에서 낙태죄를 전면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SNS에 “(입법예고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요건을 형법에 확대 편입하여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을 되살려낸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녀는 “여성의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정 시기 이후는 임신중단의 허용범주에 관한 문제가 아닌 의사의 의료적 판단과 임신 여성의 결정에 따라 분만 여부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형법에서 낙태죄를 완전히 들어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박 의원은 SNS에 “(입법예고안은) 낙태죄를 오히려 공고화 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비판하며 “임신중단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고, 임산부와 의사 모두를 범죄자로 처벌하도록 하는 현행 낙태죄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번 입법예고안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허용 기준이 임신 주수에 따르는 점이다. 임신 주수는 초음파나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추산하는데,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산모와 태아의 영양 상태에 따라서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서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에서도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에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나서서 여성의 입장에서 기존의 위헌적 법안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정말 최소한의 수준으로만 바꾼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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