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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그 후 이야기...조직의 ‘체질 개선’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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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그 후 이야기...조직의 ‘체질 개선’이 급선무다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0.10.06 1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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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후 “직장인 72% 달라진 것 없어”
‘리더십 재정의’와 ‘리더 뽑는 방법’ 등 조직문화 개선 위한 노력 필요
ⓒPhoto by José Martín Ramírez Carrasco on Unsplash
ⓒPhoto by José Martín Ramírez Carrasco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지난해 7월 16일부터 시행되면서 근로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직장인 72% 달라진 것 없어

그러나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시행 이후 1주년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15일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가 공동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1주년을 맞이하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체 72%가 없다고 답했으며, 줄었다는 응답의 20%에 불과했고 늘었다는 8%로 나타났다. 

또 비슷한 시기에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의 45.4%가 최근 1년 동안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괴롭힘을 종류별로 보면 '모욕·명예훼손'이 29.6%로 가장 많았고 '부당지시'(26.6%)와 '업무 외 강요'(26.2%)가 뒤를 이었다.

한편, 이 같은 괴롭힘을 당해도 실질적으로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판단·처벌 기준 모호, 법의 허점 등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해당 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이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괴롭힘의 행위 기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점과 직접 처벌 규정 또한 두지 않는 점 등이 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법 시행 이전에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 등 약 50가지 예시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여전히 어디까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또한 먼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데다가 사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해도 해당 사장한테 신고해야 하는 모순 등의 법적인 허점도 존재한다. 

◆직장 내 괴롭힘 개선을 위한 조직의 체질 바꾸기

물론 이 같은 상징적인 법의 시행에 오랜 시간 동안 사회를 괴롭혀 온 갑질 문화와 그 원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여전히 이러한 법의 시행만으로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근로 현장에서는 다양한 괴롭힘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같은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며 조직 내 소통이 원활해지고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각 기업의 ‘리더십 개선’이다. 쉽게 말해서 리더를 뽑는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리더십은 기능을 뜻하며 적어도 이러한 기능이 있는 사람에게 리더라는 역할을 부여하고, 또 그 리더십이라는 기능을 발휘하기 위한 도구로 권한을 주는 것이 순서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금도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 처우와 부당한 인사이동 등의 고난을 참는 등에 대한 보상으로 ‘리더십의 기능이 부족한 사람에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동으로 권한’을 주는 낡은 조직 문화가 남아있는 곳이 많다. 이 같은 분위기는 결코 기업과 각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능력이 없는 리더는 인간관계에 휘둘린 판단을 하거나 부하의 노하우를 가로챌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의 생산성도 향상되지 않는다. 

'리더'는 해당 조직의 기능이다. 그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관리 스킬과 전문 스킬 등의 기술이 필요하다. 바꿔말해서 이러한 기술이 없는 사람에게 권한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조직의 철칙을 확실하게 확립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리더십의 재정의’이다. 리더는 그 조직의 퍼포먼스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사명이다. 스포츠 감독일 경우 ‘승리’를, 영리 기업의 판매 조직일 경우에는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서 지속해서 판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다. 

이러한 점은 변경할 필요가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야 한다고 해서 승부에 져도 된다거나 제품을 팔지 않아도 되는 것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꿔야 할 것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에 대한 접근 방법이다. 리더의 역할은 전체적인 퍼포먼스 향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 구성원의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우선 개개인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만한 활동과 개개인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자원이 필요하다. 즉, 정보와 자금과 스킬을 끌어와서 구성원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행동이다. 

반면에 리더는 반드시 판단을 내리기 위한 모든 지식을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 적어도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얼만큼의 정보를 어느 정도의 정밀도로 필요한지에 대한 재료의 판단은 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리더십 기술을 배울 기회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분명히 국내 경제의 생산성을 빼앗으며, 개인의 인생을 짓밟을 수 있다.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나이와 과거의 성공에 따라 자동으로 부여받았던 존재라는 인식을 사회 전반적으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리더십의 재정의와 리더 선택 방법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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