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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불러오는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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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불러오는 우울증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0.09.07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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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계절성 우울증'
SAD는 현실에 존재하는 '병'...여름철 우울증 환자의 83%가 '여성'인 것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 등 고려하여 실용적인 치료법 개발이 중요
SAD와 같은 '마음의 병',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Photo by Lucas Ludwig on Unsplash
ⓒPhoto by Lucas Ludwig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30대 주부 M씨는 친구들과 1달 유럽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적금을 들었다. 저금을 하는 동안 M씨는 유럽 여행의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출발 전 돌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 상황으로 여행이 취소되자 기분의 침체가 심해지며 집을 나설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 정도로 심한 적은 거의 없었지만, M씨에게 있어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사실 M씨에겐 연중 가벼운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여름이 되면 악화하고는 했다. M씨는 병원에서 계절성 감정 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 계절성 정동장애)로 진단받았다.

◆ '여름철 우울증'과 '겨울철 우울증'

지난달 31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여름형 우울증에 대해 소개했다. 여름형과 겨울형은 같은 SAD 질환이며 각각 여름철과 겨울철 우울증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특히 여름 우울증은 드문 질환으로 제대로 진단받기 어려워 치료가 어렵다.

겨울철 우울증의 경우에는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에너지 부족과 나른함, 수면시간의 증가, 식욕증가와 그에 따른 체중증가 등 신체적으로 늘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의 치료법으로 자연광과 비슷한 파장의 빛을 1일 30분 이상 받는 광선요법 등을 통해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여름철 우울증 환자들이 겪는 증상으로는 초조함, 불면증,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징으로 겨울철 우울증보다 자살 가능성이 높으며 자해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름철 우울증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고온, 다습, 꽃가루 등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적 요인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변수로 인해 여름철 우울증은 치료가 어렵다. 또 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대다수가 가급적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아 하므로 여름의 햇살을 즐기지 못하는 환자도 더러 있다.

여름철 우울증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약 40년 전부터 알려져 왔으나 겨울철 우울증에 비해 명확한 원인에 대한 해명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자. 여름철 우울증에 관한 몇 안 되는 연구 성과의 대부분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의 것이며 그 이후 갱신되지 않고 있다.

1993년부터 SAD를 연구하고 있는 미국 버몬트 대학의 임상심리학자 켈리 로한씨는 “겨울형 SAD는 많이 연구되고 있지만, 여름형을 연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여름철 우울증은 굉장히 드문 증상으로, 증상을 앓는다 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연구가 적은 이유는 사실 여름철 우울증을 겪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 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이다.

◆ SAD는 현실에 존재하는 '병'...여름철 우울증 환자의 83%가 '여성'인 것으로 

겨울철 우울증은 해당 계절에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신적인 경향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여름철 우울증은 희소성 때문에 그다지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여름철 우울증 초기의 연구에서는 질환의 희귀성과 환경적 유인 등의 복잡함 때문에 치료해야 하는 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단점은 수십 년간에 걸쳐 많은 환자가 간과되어옴에 따라 더욱 확대되었다.

1984년에 처음으로 계절성 감정 장애를 질환으로 명명한 정신과 의사 노먼 로젠탈은 “질환은 그에 대해 할 수 있는 치료법이 확실한 경우에 더 잘 알려진다. 겨울형의 경우가 그렇다”라면서 “여름형에 대해서는 몇 가지 권장하는 치료 방법이 있지만, 광선요법처럼 쉽고 넓은 효과가 있으며 누구든지 실행할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까지 없다”고 전했다.

한편, SAD는 환자 중 83%가 여성으로, 여성이 걸리기 쉬운 질병이다. 이 같은 질병을 여성이 앓을 경우,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질환에 괴로움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다. 여름철 우울증은 아직 연구도 체계적인 지식도 극히 적기 때문에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해봤자 “여름이 되어서 숏팬츠를 입거나 수영복을 입는 것을 계기로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자신의 신체적 이미지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라고 비난을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로젠탈 씨는 “여름형 SAD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SAD는 현실에 존재하는 병이다”고 강조했다.

◆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 등 고려하여 실용적인 치료법 개발이 중요

여름철 우울증 환자는 대화 요법, 투약, 여행과 같은 어려운 활동을 자제하는 등 일반적인 방법으로 우울증을 관리하고 있다. 치료법 중에는 에어컨을 자주 사용하는 대책도 있다.

12명의 SAD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987년 증상연구에서는 상당히 극단적인 방법으로 여름철 우울증을 막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여성은 에어컨이 틀어진 실내에 5일간 갇혀 있다가 하루에 몇 번씩 15분간 냉수 샤워를 했다. 이 방법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생활에서는 지속하기 어려운 방법인 데다 밖으로 나온 순간 증상이 재발했다고 보고됐다.

현재와 같은 지구 온난화를 생각해보면 보다 실용적인 치료법의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다. 기후 변화는 이미 인간의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난화는 여름철 우울증 발생률을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베리아의 무더위나 북반구에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꽃가루의 비산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여름철 우울증에 노출되지 않던 사람들도 이에 직면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또한 고온다습한 지역에 사는 겨울철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들은 지금은 여름을 즐기고 있을지 몰라도 기후가 한층 더 극단적으로 변하면 여름에 대한 내성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여름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증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철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팬데믹 상황으로 여름의 즐거움은 사실상 취소되었지만, 시원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오랜만에 편안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 SAD와 같은 '마음의 병',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철이 되어도 우울증에 빠지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침울해지며 다른 사람과 관련되고 싶지 않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여름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은 겨울보다 활동하기 쉬운 여름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름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은 소외되고 고립될 수 있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에는 작든 크든 사회적 규범이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일반인들이 SAD와 같은 마음의 병에 대한 존재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병을 앓는 이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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