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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확대 vs 질적 개선, 한국 의협 파업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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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확대 vs 질적 개선, 한국 의협 파업 사태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0.08.2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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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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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이민정]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종합병원 수련 전공의들이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2차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 의과대학의 설립 계획안이 발표된 후,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정부와 의사 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사국가시험 응시 거부를 선언하고 나서면서 한층 더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왜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려고 할까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기존 의과대학의 의대 정원 증원, ▲ 지역의료 제도 개편, ▲공공 의대 설립, ▲지역의사 선발전형 신설(10년 복무)이다. 

지난 1989년 이후 연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을 풀려는 데는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려는 이유로, 일명 ‘기피과’로 알려진 흉부외과, 산부인과, 중증외상 외과 등 필수적으로 생명과 연결되는 전문의를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적은 점과 의료공급의 지역 격차가 발생하는 점을 꼽고 있다. 따라서 공공 의과대학을 신설하는 것과 함께 의과대학의 정원을 늘려서 젊은이가 기피하는 진료과의 전문의를 확보하여 의료공급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8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018년 현재 2.39명(한의사 포함)으로 OECD 국가 평균 3.49명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역별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2019년 기준, 한의사 제외)는 서울특별시가 3.1명으로 가장 많으며, 이는 가장 적은 세종특별자치시의 0.9명과 3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2020년 기준 지역별 의과대학과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수는 서울시가 8곳과 826명인 것에 비해 세종시와 전라남도는 의과대학이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으며, 향후 지역 내에서 의사가 공급되리라고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OECD 국가별 임상의사 수(인구 천 명 당, 2018년 기준), ⓒHealth at a Glance 2019
▲ OECD 국가별 임상의사 수(인구 천 명 당, 2018년 기준), ⓒHealth at a Glance 2019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정부는 지역의료에 종사하는 이른바 ‘지역 의사’를 2022년부터 10년간 3천 명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역 의사’는 특별전형 입시를 통해 선출되며, 합격자에게는 학비 등 장학금이 지급된다. 단,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에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며, 지역 의사가 의무를 지키지 않고 지역을 벗어나서 대도시 병원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에는 지급된 장학금이 환수되며, 의사 면허 또한 취소된다. 

또 정부는 2022년부터 10년간 감염증 전문의, 중증외상 전문의, 소아외과 등 전문의를 5백 명, 백신 개발과 바이오·헬스 분야 등에 종사하는 전문의를 5백 명 양성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서 감염내과 전문의와 역학 조사관 등 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하는 의사를 양성할 목적으로 공공 의과대학도 신설할 방침이다. 

◆왜 전공의들은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와 공공 의과대학 신설에 반대할까

국민의 입장에서 정부의 이 같은 취지는 바람직하게 들리지만, 파업 측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현재 의협 측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을 ‘4대악 정책’으로 규정하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인턴과 레지던트의 약 1만 6천 명이 속해있는 전공의협의회는 지난 8월 7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집단휴진에 일시적으로 돌입하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더 나아가서 21일부터는 단계적으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인턴과 4년 차 전공의는 21일 오전 7시부터, 3년 차는 22일부터, 1년 차는 23일부터 업무를 중단하며, 23일 오전 7시에는 모든 전공의가 무기한 진료 거부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책으로 정부와 협력적인 입장을 보여 온 그들이 정부의 계획에 이토록 강경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파업에 들어간 의협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1) 인구 1천 명당 의사수의 평균증가율은 OECD 평균보다 높다

전공의협의회는 국내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보다 낮을지는 몰라도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을 상회하며, 이 흐름이 이어지면 2028년에는 인구 1천명 당 의사 수가 OECD 평균보다 높아지기 때문에 재원을 사용해서 의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지역 의료시설을 늘리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전공의협의회는 대학에 입학해서 전문의가 되기까지 평균 15년 걸리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부터 8년 후에는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상회하게 되는 데 왜 2022년부터 15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의사를 늘릴 필요가 있는지 정부의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OECD 의사 수 증가율 그래프, ⓒHealth at a Glance 2019
▲OECD 의사 수 증가율 그래프, ⓒHealth at a Glance 2019

그러나 전공의협의회가 제시한 데이터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OECD 데이터를 근거로 한 2000년부터 2018년까지의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면, 한국은 3.5%로 OECD 평균 1.5%보다 확실히 높은 점이 확인됐다.

(2) 의사 지역 격차는 오히려 OECD 가맹국 중에서 가장 적다

또 정부가 강조하는 의사 지역 격차에 대해서도 반론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OECD의 데이터를 근거로 한국의 도시지역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는 2016년 시점에서 2.5명으로 지방의 1.9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OECD 평균(16개국, 도시 4.3명, 지방 2.8명)보다 지역 차가 적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내 환자 1명당 연평균 외래진료 건수는 16.6건으로 OECD 가맹국 중 가장 높으며, 의료 서비스에 접근성 또한 높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를 근거로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불과하며, 의료비의 증가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주장은 ‘의사 유인 수요 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의사 유인 수요 가설’은 인구 1인당 의사 수가 늘어날 경우에는 의사 1인당 소득이 감소하므로 의사는 환자보다 의료 내용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서 의사의 재량적 행동에 의한 의료 서비스 수요의 증가를 유발하여 의료지출을 필요 이상으로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의료비 증가요인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의사 수의 증가와 의료비 증가와의 상관관계는 규모와 경쟁의 원리가 작용함으로써 그다지 크지 않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과대학의 정원 확대가 의료비 증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주장은 정확한 데이터를 사용한 분석을 한 다음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OECD 16개국 중 도시와 지방 인구 1천명당 의사 수(2016년 기준), ⓒOECD Regional Statistics Database 2019
▲OECD 16개국 중 도시와 지방 인구 1천명당 의사 수(2016년 기준), ⓒOECD Regional Statistics Database 2019
ⓒOECD Data Health care use Doctor's consultations
ⓒOECD Data Health care use Doctor's consultations

(3) 의무기간 10년은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린다

전공의협의회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10년간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을 의무화한다면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방에 근무하는 의료종사자와 흉부외과, 산부인과, 중증외상외과 등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전문의에 대한 진료수가를 개선하고 그들이 고용되어 활약할 수 있는 정부의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요구했다. 국립 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것과 의과대학의 정원을 확대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국은 OECD 가맹국에 비해 주요 수술 등에 대한 진료수가가 저렴하며, 의료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코스트 퍼포먼스는 높다. 그 대신 의료서비스 공급자에 돌아가는 이익은 적다는 것이다. 전공의협의회는 의료종사자에 대한 인건비를 정부가 지원하여 전문의를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파업 측의 지적에 정부도 동의하면서 실제 최근 지역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시설과 장비 개선, 인력 보강, 지역 우수병원에 대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에서 보듯 정부와 의료계 모두 지역별 의료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데는 공감한다.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의사를 먼저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비인기 진료과목과 지역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반대한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도 의협은 재고할 여지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첩약은 여러 가지 다른 한약 제제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질환,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대한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건보 적용 요구가 높은 첩약이 급여화로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기존 의학 치료에만 국한되던 공공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의 시범사업 배경이다. 

그러나 의협 및 대전협은 한의학과 관련된 부분은 과학적 검증으로 철저한 평가와 분석 후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행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첩약의 안정성 및 유효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환자에 쓰는 면역항암제 등에 대한 건보 확대도 요원한 상황에서 첩약에 급여를 해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5) 비대면 의료, 추후 논의·협의해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방지 및 대면 진료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과 의료진 등의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전화를 이용한 상담과 처방을 허용하고 있다. 

의협은 지금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인 만큼 추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면 진료'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오진 가능성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술 진보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받아들이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부에게 일을 몰아주거나 산업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적절하지 못한 파업시기...국민이 뿔났다

지난 2000년에 벌어진 의약 분업을 둘러싼 의료계의 파업 사태는 4개월이나 계속됐으나 시민단체가 파업 철회를 호소하는 성명을 속속히 발표하며 각종 언론매체에 파업을 비난하는 글이 끊이지 않자 의료계는 파업을 철회하여 보건복지부, 의사회, 약제사회로 구성된 의약협력 위원회에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전공의를 포함한 의협의 반발이 거세 2000년보다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문제는 8월 시점에서 수도권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가 다시금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 측의 파업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또 상급 종합병원은 전공의, 전임의 등의 공백에 따라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줄이는 등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는 상황이며, 오는 9월 1일로 예정된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응시 거부 및 집단 휴학 사태에 대해 구제를 반대하는 청원까지 등장하며 해당 청원글은 동의수 29만 명(27일 기준)을 넘어섰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파업 측이 '덕분이라며 챌린지’로 바꿔 외치다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에 26일인 전날 정부가 무단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 등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제재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며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와 전임의에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지만, 상황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대전의는 정책 철회 없이는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27일 대한의사협회의 2차 총파업과 관련해 "의료계 집단행동이 국민들에게 불안과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것은 전시상황에서 군인들이 전장을 이탈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언급하며 의사 파업에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코로나19 시대에 양측의 대립으로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의 주장보다 현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먼저 양측이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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