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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의 뒷면] 우아한 동동거림, 캐스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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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의 뒷면] 우아한 동동거림, 캐스팅의 세계
  • 구PD
  • 승인 2020.07.08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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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톱배우'가 영화제작에 미치는 영향
캐스팅 실패가 투자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Photo by Jakob Owens on Unsplash
ⓒPhoto by Jakob Owens on Unsplash

[프롤로그=구PD] 최근 회사에서 준비하던 작품이 시나리오 개발을 끝내고 캐스팅 단계로 진전되었다. 캐스팅 단계는 외부에서 보면 우아하게 배우를 고르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면 아래에서 분주하게 발을 놀리는 오리의 모습과도 같다.

◆캐스팅에 앞서 시나리오가 배우에게 닿기까지

장르에 구애없이 영화제작사의 캐스팅 1순위인 배우들이 있다. 이런 배우들을 소위 A급 톱배우들이라 하며, 대체로 티켓파워(Ticket-Power)가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티켓파워가 강한 배우들이란 이들처럼 관객들이 ‘저 배우가 나오면 믿고 본다’고 말하는 배우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앞에는 이미 무수히 많은 제작사, 감독, 시나리오가 줄지어 서 있는 상황이다.

한편 캐스팅을 위해 시나리오를 톱배우에게 전달하기까지는 그 사이에 수많은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이다. 만약 캐스팅으로 이어질 직접적인 ‘인맥’이 없을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배우의 소속사를 통해 1차적으로 시나리오를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직접 연락해서 확인하지 않는 이상 해당 시나리오를 배우가 읽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저 배우에게 전달되기만을 가슴 졸이며 무작정 기다릴 수 밖에 없다.

◆'A급 톱배우'가 영화제작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영화제작을 위해 반드시 A급 배우가 필요할까. 간단히 말하자면 ‘당연히 필요하다’로 대답할 수 있다.

순수하게 작품의 캐릭터만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배우들은 많다. 그러나 막연히 떠오른 캐스팅안으로 영화가 제작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자'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의 산을 넘으려면 주연배우를 누구로 캐스팅하는지가 중요해진다. 그에 따라 영화의 전체 규모 등이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송강호’, '이병헌' 등과 같은 A급 톱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면 믿고 보는 배우의 인지도 파워는 흥행에 큰 힘을 실어준다. 특히 지방 영화관의 경우에는 독립영화, 다양성 영화보다는 대중적인 상업 영화의 상영관 확보율이 높기 때문에 배우의 인지도는 흥행과 매출에 가장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캐스팅 실패가 투자 실패로...공포영화 제작기 사례

작년 하반기 호러영화를 준비하면서 직접 투자사에 제안서를 돌리고 캐스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호러영화의 특성상 대중에게 이미지가 덜 소비된 배우들이 출연해 주는 것이 좋기 때문에 다른 장르 영화보다는 훨씬 수월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큰 착각이었다.

투자사는 예산이 크지 않음에도 주연배우로 인지도 있는 배우 또는 아이돌을 캐스팅하길 원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모두가 원하는 신인급이면서 대중에게 인지도도 높은 배우들은 이미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영화제작사 입장에서 겨우 꾸려진 캐스팅 안은 투자사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이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다.

◆캐스팅된 배우의 '의향'이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기도

어렵게 투자사가 원하는 캐스팅에 성공하더라도 어려움은 존재한다. 캐스팅된 배우들과 시나리오의 ‘합’이 잘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스팅을 위해 여러 배우의 매니저들과 미팅을 하며 들은 이야기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었다. 대다수의 배우들은 자신이 주연을 맡는 것에 대해 부담이 큰 경향이 있고, 그런 까닭에 다른 배우들과 부담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또 젊은 배우들은 본인이 단독으로 주연을 맡는 것보다 선배 배우들의 뒤에서 본인의 연기를 안정적으로 선보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다.

콘텐츠를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배우의 의향을 무시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시나리오는 그들의 입맛에 맞게 내용이 수정되거나 애초에 그들이 원하는 역할을 줄 수 있는 기획이 추가하게 된다. 그 과정이 잘 해결될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자칫하면 영화가 산으로 갈 수 있다.

◆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오려면

캐스팅은 시작일 뿐이지만, 감독과 콘텐츠, 배우의 3박자 그리고 투자사까지 모두의 이상이 합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정말 너무나 힘든 일임을 요즘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주연급 배우'로 성장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개인적으로 관객들이 좀 더 다양하게 영화를 선택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들이 많아질수록 한국 영화의 다양성은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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