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7-04 09:12 (토)
일본이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는 ‘G7’, 도대체 무엇인가
상태바
일본이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는 ‘G7’, 도대체 무엇인가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0.06.30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아시아 유일의 G7 국가로 남고자하는 욕심에 어깃장
중국과의 관계에 문제 생길 우려도
ⓒG7 France 트위터
ⓒG7 France 트위터

[프롤로그=이민정]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정상회의 주최국에 한국, 인도, 호주, 러시아 등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G7은) 매우 시대에 뒤처진 국가 그룹"이라면서 "G7이 현재의 세계를 적절하게 대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초청의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매년 열리는 이 회의의 공식적인 명칭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에서는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G7 회의의 명칭에 대해 ‘G7 Summit(주요국 정상회의)’라는 해설표현까지 사용하고 있으며, 영어권에서는 지극히 심플한 ‘G7 Summit’로 표기하고 있다. 또 중국어로는 영어를 그대로 번역한 ‘칠국집단봉회’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G7의 시작

G7은 국제연합(EU)과 WHO와 같은 국제기관이 아니다. 항상적인 사무 ‘조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OECD나 의장국의 정부가 사무국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아울러 ‘셰르파’라고 불리는 정상의 개인대표들의 회동이 ‘정상회의(Summit)’ 개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회의는 특수한 의미를 갖는데, 제1회 회동 경위로 볼 때 뚜렷하게 나타난다. 1975년 제1회 정상회의는 당시 프랑스 대통령인 지스카르 데스탱이 1973년 석유 위기를 계기로 모임을 시작한 ‘라이브러리 그룹(Library Group)’에 속한 미국, 일본, 서독일(통일 이전), 영국의 각국 정상을 초대하는 구상을 밝힌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나 이 모임에 초대받지 못한 이탈리아의 강력한 항의로 이탈리아를 추가하여 ‘G6’로 이뤄지게 되었다.

당시 이탈리아가 항의한 이유는 명확했다. 그것은 이 그룹의 멤버십이 단순히 각국의 경제 규모에 의해 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G7의 기원이 된 ‘라이브러리 그룹’은 석유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가진 냉전 하의 서방의 당시 GDP 규모 상위 5개국에 의해 형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바로 밑 6위에 위치한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머리 위에 그어진 선긋기에 반발했다. 이듬해 7위인 캐나다가 더해져 오늘날 G7의 틀이 구성되었다. 이후 1998년부터 2014년 사이 러시아가 더해져 G8이 되었으며, 회의에 EU 대표 등도 초대되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형성된 G7 틀은 국제연합의 안전보장 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의 5개국이 ‘안전보장 분야에서 강국의 모임’인 것과 유사한 ‘경제 분야에서 강국의 모임’으로 암암리에 간주되게 되었다. ‘라이브러리 그룹’을 구성한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세계에서 ‘열강국’을 의미했으며, 이것은 G7 틀이 형성된 1970년대 이들 열강국이 지배한 시대와 동일하게 국제사회의 구조가 크게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을 나타낸다.

◇G7은 낡은 선진국 모델일까

그러나 이들이 선진국 모델로서 빛을 잃기 시작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신흥국들은 ‘G7’에 대표되는 선진국의 모습과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1인당 GDP에서 일본을 가볍게 능가하는 싱가포르는 과거 선진국 클럽으로 불린 OECD에 가입을 신청하지 않았다. 민주주의 방식에서도 싱가포르는 기존 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른 선을 그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이슬람 국가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원조를 하고 있지만, OECD는 물론 그 밑 조직인 DAC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에 충실하되 자유로운 형태로 원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낡은 선진국을 모델로 삼는 것은 동시에 그들의 장래에 큰 제약이 있고 때로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 G7 참여의 의미

한편 아시아 국가에 있어서 G7의 일원이 되는 것은 그 실태 이상으로 큰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카이로 회담과 얄타 회담, 포츠담 선언은 물론 전쟁 전의 베르사유 조약과 뮌헨 조약 등의 ‘열강국’ 회의는 당시 국제정치의 중심인 대서양 부근 서양권 국가들로 인해 이뤄졌다. 대서양 뒤편, 동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시아 국가에 있어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이는 일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에게 있어 G7에 참석하는 것은 세계의 중심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국이 G7의 일원이 되는 것에 갖는 마음은 이러한 마음과 동일하다. 과거 ‘열강국’과 그들의 ‘담합’이 한국을 식민지로 전락시킨 것으로 간주하여 왔기 때문이다. 1905년 러일전쟁 종결을 위해 체결된 포츠담 조약은 러일 양국 간의 조정을 미국의 주최로 이뤄진 것으로 실현된 것이며, 배후에는 일본의 동맹국인 영국과 러시아의 동맹국이었던 프랑스의 지지가 존재했다. 즉, 당시의 열강국에 의한 담합으로 한반도에서 일본의 ‘정치, 군사, 경제적인 이익’이 인정됨으로써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이어지게 되었다.

일본에 외교권을 강제로 넘기고 보호국으로 전락한 고종황제는 2년 후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이뤄진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보내 한국의 외교권 회복을 주장하려 했다. 그러나 주최국인 러시아를 포함한 당시의 ‘열강국’들은 한국의 요구를 거부하며 밀사의 회의 참석을 불허했다. 즉, 말 그대로 당시 열강국에 의해 한국은 ‘회의’조차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G7, 한국이 갖는 의미

한국에게 'G7 참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식민지 피해를 입은 국가에서 ‘열강국’ 또는 ‘주요국’의 일원으로 부상하는 것은 오랫동안 염원해왔던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8년 제1회 정상회담이 열린 G20의 일원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2010년 G20회담에서는 의장국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 중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020년 G7정상회담 주최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인도, 호주와 함께 한국을 이 회담에 초청하는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평소라면 세계 제12위 한국보다 큰 GDP를 가진 제 9위 브라질을 뛰어넘는 제안에 쌍수 들어 환영했을 것이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받은 한국 정부는 기꺼이 그 초청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복잡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직접적인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4개국 추가 초청을 ‘중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라고 한데 있다. 중국은 한국의 무역에서 1/4를 점하는 불가결한 중요성을 가진 경제적 파트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경제가 크게 얼어붙은 가운데 G7 회담에 참여하여 하는 것은 중국과의 관계를 망쳐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우려가 있다.

◇한국의 G7 참여에 일본 딴지거는 이유

이와는 별개로 일본 정부가 미국의 G7에 한국 등의 국가를 추가 참여시킨다는 계획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 한일 관계의 냉각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G7 정상회의를 확대하려는 트럼프 미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일본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대해 “G7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국 등 G7 추가 가입에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 정부의 친북·친중 성향을 문제 삼고 있다. 한국 등 우방국을 참여시켜 G7을 반(反)중국연합체로 탈바꿈하려는게 트럼프 대통령의 당초 전략이었기에 이러한 문제 제기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일본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일본 정부가 G7 조직의 확대에 신중한 것은 ‘아시아 국가 유일 G7’이라는 외교적 우위를 지키려는 의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올해 9월에 열리는 G7 정상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다른 회원국들도 러시아 참여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겨냥하는 대상국은 다르지만, 유럽·캐나다와 일본이 'G7 확대 반대'에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