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7-04 09:12 (토)
2020년 여름 극장가, 대형 블록버스터의 실종
상태바
2020년 여름 극장가, 대형 블록버스터의 실종
  • 한기일
  • 승인 2020.06.19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수입이 많은 '썸머시즌(Summer Season)'에도 초대형 블록버스터 실종
국내 극장가에서도 블록버스터 개봉 연기↑
'스트리밍 개봉' 돌파구가 되기에는 부족한 상황
ⓒPhoto by Kilyan Sockalingum on Unsplash
ⓒPhoto by Kilyan Sockalingum on Unsplash

[프롤로그=한기일 작가] 전세계 극장가에서 1년 중 가장 수입이 많은 이른바 효자 기간인 '썸머시즌(Summer Season)'이 시작됐다. 썸머시즌은 북미 기준으로 5월 첫째 주말부터 8월 말에서 9월 초 노동절 연휴까지 대략 4개월 정도이다. 

연간 전세계 극장 티켓 판매 수익의 40%가 이 기간 동안에 발생한다. 헐리웃에서는 썸머시즌 중,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가 거의 매주 쏟아지며, 또 비슷한 시기에 여름 방학과 휴가시즌이 맞물려 관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한국 영화 시장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연기되는 '블록버스터'...마블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까지

그러나 이번 썸머시즌에는 극장가에서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만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블록버스터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지난 3월부터 극장이 폐쇄되는 등 영화 산업 전반이 차갑게 얼어붙은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8일 개봉 예정이던 007시리즈의 최신작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글로벌 영화 시장에 대한 검토와 심사 숙고 끝에 전세계 개봉일을 2020년 11월로 변경한다"며 개봉을 연기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대작들이 개봉 연기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까지 개봉을 연기한 대작들은 다음과 같다. 지난 10년간 썸머시즌 오프닝 블록버스터의 선두주자로 군림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신작 <블랙 위도우> (5월1일→11월2일), 유니버설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5월23일→2021년 4월2일), 파라마운트의 <탑건: 매버릭> (6월23일→12월23일), 소니 픽쳐스의 <모비우스> (7월31일→2021년 3월19일), <고스 트버스터즈 라이즈> (7월10일→2021년 3월5일) 등 헐리웃 메이저 스튜디오 대작들이 일제히 개봉 연기를 선언했다.

그 중에서 유일하게 워너브라더스만이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여름에 선보일 예정이던 <원더우먼 1984>의 개봉일을 6월에서 8월로 소폭 조정했지만,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인셉션>의 천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의 경우에는 7월 17일 개봉을 최근까지 고수했다. 특히, <테넷>은 팬데믹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개봉 연기 대신 새로운 트레일러를 공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코로나19 사태 후 글로벌 개봉하는 첫번째 블록버스터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 12일 워너브라더스는 결국 <테넷>의 7월 17일 개봉을 포기하고 7월 31일로 일정으로 재조정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고, 전세계 확진자는 매일 10만 명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테넷>의 옮겨진 개봉일 역시 지켜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놀란 감독과 워너브라더스는 지난 17일 발표를 통해 7월 31일에는 <테넷>을 무조건적으로 개봉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더우먼 1984>는 <테넷>의 개봉일 조정으로 자사 영화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여름 시즌을 포기하고 10월로 개봉일을 옮기게 되었다.

◇국내 블록버스터도 개봉 연기 대열에

국내의 사정은 어떨까. 초기 적극적인 대처로 코로나19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되찾은 국내 극장들은 정상 영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개봉을 연기했던 영화들 중 일부가 다시 개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소규모 클러스터 확진 사례가 발생하는 등 2차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100억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들은 개봉 연기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2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 <승리호>는 여름을 포기하고 추석으로 개봉일을 연기했다. 윤제균 감독의 안중근 의사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 역시 여름 개봉을 포기하고 개봉 시기 재조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리밍 개봉, 돌파구가 될까

블록버스터가 아닌 중·저예산 작품들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스트리밍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아동용 소설 히트작을 영화화한 월트디즈니의 <아르테미스 파울>과 톰 행크스가 주연한 제2차 세계대전의 대서양 전투를 소재로 한 전쟁영화 <그레이 하운드>는 당초 5월과 6월 개봉을 포기하고 각각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로 공개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실제로 지난 4월 드림웍스의 9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가 코로나19 상황으로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VOD 전세계 공개를 선택하며 역대 VOD 첫주 수익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스트리밍 개봉이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영화 개봉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트롤: 월드투어>가 VOD로 1억 달러 이상의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영화가 결과적으로 최소 4천만 달러의 손해를 볼 것이라 예측했다. 물론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지만서도 마케팅 비용과 VOD 수익 배분, 각종 세금과 부대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적자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순제작비만 2억 달러 이상 투입된 대작들이 섣불리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지난 30년 멀티플렉스 극장의 역사에서 썸머시즌의 필수 코스로 여겨졌지만, 올 여름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만나보기가 그리 쉽지 않아보인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