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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vs 대왕오징어, 과연 누가 이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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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 vs 대왕오징어, 과연 누가 이길까
  • 최미우 기자
  • 승인 2020.06.17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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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지느러미흉상어의 몸 표면에서 대왕오징어 빨판자국 발견
상어가 심해까지 내려가 포식한다는 증거
ⓒPhoto by Laura College on Unsplash
ⓒPhoto by Laura College on Unsplash

[프롤로그=최미우] 미국 하와이섬의 심해에서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가 싸움을 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상어의 상대가 대왕오징어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흥미진진한 이 이야기는 지난 10일 내셔널 지오그래픽을 통해 알려졌다. 몸길이 2m인 큰지느러미흉상어(Carcharhinus longimanus)라는 상어의 몸 표면에 거대한 빨판에 의한 골프공 크기의 흡반 흉터가 남아 있었다.

연구원들은 대왕오징어 또는 수심 300m 이상의 심해에 생식하는 초대형오징어와 상어가 대결한 것을 나타낸다는 첫번째 과학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심해에 잠수하는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의 싸움은 비교적 많이 알려졌지만, 상어와 거대 두족류와 대결했다는 증거는 지금까지 없었다. 

■우연히 촬영한 사진이 계기

시작은 지난 2019년 여름이었다. 사진가 딜런 바벡씨는 하와이섬 서쪽의 코나 해안에서 몸 측면에 하얀 점이 선로처럼 늘어진 상어를 발견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상흔을 기준으로 상어의 개체 식별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몇 장의 사진을 촬영했다. 

이후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서 ‘점’을 확대해보았는데, 큰 고리의 빨판 자국으로 보여 굉장히 놀랐다고 한다. 그는 SNS에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을 보고 미국 플로리다국제대학의 상어 생태학자인 야니스 파파스타마티우씨는 즉시 바벡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바벡씨에 의하면 파파스타마티우씨는 즉시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며, 이것은 누구도 본 적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파파스타마티우씨와 연구원들은 지난 3일자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피시 바이올로지(Journal of Fish Biology)’에 상어와 오징어가 대결한 증거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이러한 흉터를 남길 수 있는 대형오징어는 몇 종류 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떠한 종류의 오징어였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지만 ‘꽤나 큰 놈이었을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발견은 상어 잡이에 의해 멸종될 위기에 처해 있는 큰지느러미흉상어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서 큰지느러미흉상어가 심해에서 포식하고 있다고 파악이 되면 어떠한 해역을 보호하면 좋을지를 정책 입안자에게 제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지의 심해에서 벌어진 배틀

파파스타마티우씨는 1장의 사진을 근거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주의할 필요가 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지 못한 것이다”고 말했다. 

상어와 오징어라는 포식자들끼리 싸움이 일어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파파스타마티우씨는 상어가 오징어를 포식하려고 쫓아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큰지느러미흉상어는 먹이에 구애받지 않으며,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와 작은 오징어를 먹는다. 또한 심해까지 잠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해면 가까이서 먹이를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오징어가 먼저 싸움을 걸었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논문의 공동 저자인 플로리다국제대학의 생물학자인 헤더 브래켄 글리섬씨는 오징어가 상어를 포식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전하며, 가능성을 부정했다. 

글리섬씨는 ‘오징어가 상어를 습격해서 자신을 보호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 ‘상어에 남아있는 상처로 봤을 때 오징어의 외투막(당막) 즉, 몸통 부분은 적어도 1m는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이 정도 크기의 오징어라면 빨판을 포함해서 몸길이가 8m 정도로 길었을 가능성이 있다) 상어의 몸에 남은 하얀 점은 촉완(다른 것보다 긴 두개의 다리)의 가는 부분에 있는 비교적 작은 빨판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사추세츠대학 아마스트교 박사과정에서 해양생물학을 전공하는 그레이스 캐슬베리씨도 상어가 대형오징어와 대결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상어에 빨판 자국이 남아있는 것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상흔이 남은 상어는 많지만 “무엇이 상처를 입혔는지를 특정할 수 있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하면서 “표면의 상처만으로 이러한 관계를 기술할 수 있는 이번 사례는 매우 훌륭하다”고 전했다.  

■심해에 ‘백상아리 카페’?

이번 연구는 상어에 관한 다른 수수께끼에도 접근하는 것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 홉킨스 임해실험실의 박사 연구원인 샤일리 졸리씨는 왜 백상아리가 먹이가 없을 것 같은 해역에 갔는지를 줄곧 의심해 왔다. 그들은 그러한 해역을 ‘화이트샤크 카페(백상아리 카페)’라고 부른다. 

가설 중 한가지는 백상아리가 심해에서 대왕오징어를 포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졸리씨는 “이번 큰지느러미흉상어의 발견은 굉장히 중요하며, 우리들이 백상아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점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또한 생물이 생식 또는 통과한 장소의 해수에는 그 생물의 DNA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졸리씨에 의하면 이러한 해수를 분석하는 것으로 심해에 어떤 종류의 오징어가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번 격투의 피해자(또는 가해자)인 오징어의 종류를 좁힐 수 있다고 말했다. 

캐슬베리씨는 이번 상어와 오징어의 대결에서 알 수 있는 점은 “바다는 3차원적이라는 것이다”고 말하면서 “다른 깊이에 생식하는 종끼리 어떻게 연관되는지, 우리들은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파스타마티우씨도 이제까지 해면 가까이 있는 생태계와 심해의 생태계는  비교적 독립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알려지지 않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과 같은 바다 생물들의 예상외 만남은 해양에서의 먹이사슬을 조명하고 나아가 해양생물의 보전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가져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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