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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肉食)테리언들의 영원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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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肉食)테리언들의 영원한 고민
  • 박소영 셰프
  • 승인 2020.05.20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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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방법
조리 전(前), 차가운 고기를 미지근하게 준비시켜주는 '상온화'
조리 후(後), 뜨겁고 불안정한 내부를 일정하게 마무리 시켜주는 '레스팅(Resting)'
ⓒPhoto by Nanxi wei on Unsplash
ⓒPhoto by Nanxi wei on Unsplash

[프롤로그=박소영 셰프] 어느 날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시즈닝(Seasoning)되어 있는 등심부위를 발견했다. 가족수에 맞게 두당 한 개씩 사와서 조리하다보니, 소싯적 주방 동료들끼리 벌였던 '스테이크의 조리법'에 대한 논쟁이 떠올랐다.

이전부터 스테이크 조리법에 대한 여러설(說)들이 존재해왔다. '스테이크는 여러 번 뒤집어서 구우면 육즙이 다 빠져나간다', '쎈 불로 겉면을 지지듯이 구워야 육즙이 안 빠져나간다', '시어링 할 땐 무조건 쎈불에 해야 한다' 등등.

실제로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주제였다. 당시 필자는 새내기 요리사로서 제법 과학적으로 보이는 논쟁을 펼쳤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부 다 맞는 말이 아니었다.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

먼저 가장 흔히 알고 있는 '여러 번 뒤집어서 굽는 법'에 관한 것부터 이야기 해보자. '굽기 횟수'에 따른 육즙 변화에 대한 근거는 열에 대한 물 분자의 반응에 따라 표면에 노출될수록 고기 내의 수분이 증발한다는 점에서 도출되었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나 실제로 고기의 '맛'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고기의 조직은 더 촘촘하기 때문이다.

ⓒPhoto by Emerson Vieira on Unsplash
ⓒPhoto by Emerson Vieira on Unsplash

여기에서 시어링(Searing) 기법이 등장한다. 시어링이란 '겉을 태우듯이 굽는 기법'을 뜻하며, 열에 따른 고기의 조직(단백질의 열 반응 등)의 변화를 주는 조리법이다. 쉽게 말해서 겉면을 바삭하게 익혀서 육즙을 가두는 방법인데, 크리스피한 식감(食感)의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거기에 마이야르 반응(음식의 조리 과정 중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별한 풍미가 나타나는 일련의 화학 반응)이 덧붙여지니 식감에 풍미가 더해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겉을 태우듯이 굽는다’는 전제 때문인지 시어링으로 고기를 구울 때에는 무조건 쎈불에서 구워야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듯하다. 하지만 크리스피한 식감만을 선호한다면 모를까 전체적인 스테이크의 맛에 있어서는 쎈불로 굽는 것은 다른 포인트이다. 마이야르는 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재료에서도 일어나는 반응이니, 스테이크 고기에서만 시어링해야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즉, 시어링의 유무는 고기의 육질과 육즙 보존에 있어서 큰 상관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정리를 하자면 시어링을 함으로써 크리스피한 스테이크의 겉면을 즐길 수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기의 육질과 육즙 보존에 있어서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고기의 ‘상온화’와 ‘레스팅(Resting)'이다.

◇얼음~땡! 고기 '상온화'의 중요성

위에서 언급했듯이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굽는 방법보다 고기의 '상온화'와 '레스팅'이 중요하다. 상온화의 경우, 스테이크를 구을 때 4도의 냉장고에 갓 꺼낸 차가운 고기를 바로 조리하게 되면 고기 내부의 근육이 뭉쳐진 상태로 구워져서 육질이 질겨진다. 또 고기 내부의 열 순환도 골고루 이루어지지 않아서 내외부의 온도의 차이를 불러온다.

만약 이 상태에서 무조건 쎈불로 굽게되면 레어-미디움 중에서도 차가운 스테이크가 되거나 겉만 바싹 타게 되는 안습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참사를 예방하는데 스테이크의 상온화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온화는 차가운 고기 내부 온도를 외부온도와 비슷한 온도로 맞춰주는 것이다. 상온화된 고기를 조리하면 고기의 겉과 속 온도차가 적기 때문에 열 순환이 원활해진다. 쉽게 말해서 고기의 상온화는 얼어붙어있던 고기를 풀어주는 것이다. 스테이크의 두께에 따라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나, 상온화 유무에 따른 결과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가정에서 레스토랑에서 먹는 스테이크처럼 고기를 구워서 즐기려면 상온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온화를 한 스테이크를 구운 뒤, 레스팅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레스팅, 고기의 휴지(休止)

레스팅은 고기를 굽고 난 뒤 상온(15~25도) 또는 워머(60~70도)에서 휴지(休止)시켜주는 것이다. 이는 가열로 증가한 고기 속 압력으로 인해 활발히 움직이는 육즙을 안정화시켜 다시 섬유질 속으로 자리 잡게 하는 기술이다. 고기를 불 밖으로 빼놓아도 일정 시간 동안 익는 행위는 계속 되기 때문이다.

레스팅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른 스테이크는 육즙이 안정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육즙의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레스팅 과정에서는 쿠킹 호일 등으로 감싸주어 공기를 차단하면 더욱 좋은데, 이는 뜨거운 고기 표면이 산소를 만나 겉면이 단단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두 기법 다 고기의 부위와 두께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이를 꼭 하고 특히 레스팅 할 때 버터와 함께 호일 내에 휴지시켜주면 가정에서도 레스토랑 급의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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