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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도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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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도시계획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7.21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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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by Herta Hurnaus
ⓒPhotos by Herta Hurnaus

[프롤로그=이민정] 세상의 절반은 여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그동안 공공 공간이나 주거 공간 설계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그다지 반영되어 오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을 뒤집으려는 시도가 최근 오스트리아 수도 빈(Vienna)의 외곽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른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도시설계’ 프로젝트다.

무대가 된 곳은 빈의 동쪽 끝에 펼쳐진 신도시 ‘아스페른 제슈타트(Aspern Seestadt)’이다. 앞서 이곳은 도시 내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성 재고, 신재생 에너지 생산, 교통 시스템 혁신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가 진행된 바 있다.

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스마트 건설 로지스틱스'와 같은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자원을 신중히 사용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공사가 진행되어 고품질 건물들이 지어졌다. 가장 유명한 것은 최고층 하이브리드 목조 빌딩 ‘호호 비엔나(HoHo Wien)’이다. 현재 8,300명이라는 이 지역의 인구는 2030년까지 2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거리명에도 변화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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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도시설계에서 여성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도시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남성이 여전히 지배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여성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을 꼬집기 위해 추진되었다.

지난 8일 AFP 통신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그동안 젠더와 도시설계의 상관관계에 대해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건축가 사비나 리스(Sabina Riss)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해 '도시개발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대다수의 개발업자와 은행가들은 지금도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곳 제슈타트의 새로운 건축물 설계에는 여성들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 게다가 거리 이름에도 여성이 많이 등장하다. 일부 건축공사 현장 울타리에 걸린 간판에는 큰 글씨로 ‘여성이 마을을 만든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와 가수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을 비롯해 심지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아동문학의 주인공 ‘말괄량이 삐삐(Pippi Longstocking)’를 딴 곳도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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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의 안뜰 중 하나를 설계한 건축가 칼라 로(Carla Lo)의 설명에 따르면 빈의 도시 설계 정책이 일신된 것은 2018년이다. 연간 예산 10억 유로(약 1조 3,552억 원) 이상을 감독하는 시의 주택 부문에 첫 여성 리더인 카트린 갈(Kathrin Gaal)이 취임하면서부터다. 로 씨는 “그녀가 취임되자마자 개발사업 입찰 시에 미혼모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새로운 변화는, 빈의 현대적인 도시계획 곳곳에도 나타나 있다. 여성의 안정감을 높이기 위한 가로등 켜기와 스포츠장 출구 증설, 화장실 시설 개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거 설계에도 여성의 요구에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은 1호당 가격을 억제하려는 목적과 함께 주민끼리 육아를 서로 도울 수 있도록 공유 공간을 갖췄다. 또한 지역의 한 켠에는 여성 건축가와 도시설계에 초점을 맞춘 전시 코너가 마련돼 있다.

◇ 모든 사람의 관점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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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큐레이터 보이체프 차야(Wojciech Czaha)는 “빈의 거리 이름 중 92%는 남자에게서 유래됐다”며 “이는(거리의) 과거의 모습도 현재의 모습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한 명의 큐레이터 카차 쉐히터(Katja Schechter)도 “오늘날에도 여성은 건설 사업에서 배척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대표적인 예로(중국인 건축가) 루웬유(Lu Wenyu)의 사례가 있다. 2012년 프리츠커상(Pritzker Prize)을 수상한 것은 그녀의 남편이었지만, 그들을 늘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상한) 2012년에도 그랬다”고 덧붙였다.

매년 인류와 환경에 공헌한 건축가를 선정하여 수여하는 상인 프리츠커상은 1979년 제정된 이래 25년 동안 수상자는 남성뿐이었다. 유리천장을 깨고 첫 여성 수상자가 된 것은 이라크계 영국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였다.

로 씨는 “우리 사회의 곳곳에 필요한 것은 모든 사람의 관점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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