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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의 갈등, 'LGBTQ를 어떻게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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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의 갈등, 'LGBTQ를 어떻게 그릴까?'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6.29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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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성(性)이 ‘당연’한 사회를 목표로
ⓒPhoto by Steve Johnson on Unsplash
ⓒPhoto by Steve Johnson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6월도 마지막에 접어들었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사실 6월은 ‘성 소수자 인권의 달(LGBTQ Pride Month)’이다. 성 소수자 인권의 달은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해 정해졌다. 

해외에선 이달을 기념해 성명을 발표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LGBTQ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에 나섰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6월을 ‘성 소수자(LGBTQ) 인권의 달(Pride Month)’로 지정해 성 소수자 차별 금지를 약속하고 이들의 권리 확대를 위한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의회에 촉구한 바 있다. 아울러 광고업계를 중심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주목도 높아지고 있다. 

◆ '광고'가 주는 편견

사람의 인식과 가치관은 무심코 평소 보고 듣는 것에 의해 형성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일상생활 속 매일 접하는 광고가 그렇다. 이러한 광고에서 LGBTQ(를 포함한 성의 다양성)가 그려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아버지는 남자, 어머니는 여자’로 표현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젠더에 관한 인식에 대해 ‘아버지가 남자이고 어머니가 여자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십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의 사람들이 성 소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일본의 LGBTQ 종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1명이 LGBTQ, 즉, 성 소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광고 페스티벌인 칸 라이온스에서 2018년 선정한 133개의 광고 중에서 LGBTQ의 인물이 출연한 광고는 1.9%에 불과했다. 이는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광고 표현이 우리의 고정관념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세계 최대 소비재 업체인 ‘P&G’는 최근 LGBTQ 애드보커시 미디어 업체인 ‘GLAAD’와 협력하여 LGBTQ를 포함한 광고 및 마케팅인 ‘가시화 프로젝트(The Visibility Project)’를 발표했다. 100만 달러(약 11억 3,1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3년에 걸쳐 시행할 계획이다.

◆ P&G가 그려온 LGBTQ…성전환 모델을 기용한 모발용 제품 광고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세상에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표현 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당연시해 나가는 것이다. 또 자신과 다르다 해서 ‘정상이 아니다’고 단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이 있는 ‘광고’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LGBTQ가 더욱 받아들여지고 이들과 함께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다. 

한편, P&G는 이 프로젝트 전에도 성의 다양성에 관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해왔다. 앞서 2018년에는 P&G의 대표 브랜드의 하나인 팬틴(Pantene)이 필리핀에서 방영한 CM에 트랜스젠더 슈퍼모델인 케빈 밸럿(Kevin Balot)을 출연시켜 성 소수자를 격려하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또 2019년에는 GLAAD와 협력하여 미국 로스앤젤레스 성 소수자 코러스 그룹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실어 44%의 성소수자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러한 행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도전으로 보인다. 프로젝트의 시작에 앞서 미국 경제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급성장 기업 100사 중에서 함께할 광고주를 모집해 브랜드와 기업의 영향력을 중시하면서 LGBTQ를 포함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광고를 위한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좋은 사례를 축적하여 또 다른 브랜드나 광고업계 전체로도 이러한 대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P&G의 브랜드 책임자는 지속가능 브랜드 커뮤니티인 ‘Sustainable Brand(SB)’와의 인터뷰를 통해 “P&G에 있어서 평등함은 단순히 가장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 책임이다”고 말하면서 이번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LGBTQ를 둘러싼 광고업계의 갈등

P&G는 프로젝트 시작의 일환으로 ‘광고와 미디어에서의 LGBTQ, 광고주와 광고대행사의 관점’이라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B2B, 혹은 B2C 등 각각 절반씩 총 200곳의 마케팅·광고회사의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임원들은 광고와 미디어의 영향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잘못 전달될 경우의 위험성과 LGBTQ의 포괄성을 높이는 데 사회적 반발을 우려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광고를 제작할 때 성 소수자들이나 그들에 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는 광고주는 33%, 광고대행사는 46%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성 소수자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숨어있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광고주 78%와 광고대행사 31%가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성 소수자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편, 광고주 61%와 광고대행사 60%는 ‘광고에서 성 소수자나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세상의 이해를 돕고 성 소수자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광고 속에서 성 소수자나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사회적인 중요성은 느끼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 변화하는 광고업계에 대한 기대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Pexels
ⓒPhoto by Sharon McCutcheon on Pexels

그러나 일반사람들은 이러한 기업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 소수자를 포함한 광고나 기업의 대응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앞서 설명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광고나 다양한 성적지향에 맞춘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80% 이상의 사람들이 해당 기업에 호감을 갖는다고 응답했다.

한편, GLAAD의 사라 케이트 엘리스 사장 겸 CEO는 “LGBTQ의 가시화 프로젝트는 사회의 변화와 수용을 일으키는 광고의 힘을 활용하여 광고업계에서 LGBTQ의 포괄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광고에서 성 소수자의 포괄성이 향상됐을 때 사람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지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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