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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목소리가 '유리천장'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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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목소리가 '유리천장'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6.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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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간 차별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악영향끼쳐
여성에 대한 차별 철폐는 남성의 손해가 아냐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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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이민정] 우리나라는 성별 임금 격차가 큰 나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기준으로 2019년 국내 여성은 남성보다 34.1% 정도 임금을 덜 받고 있으며, 이는 OECD 주요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대졸 여성 근로자가 전체 근로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게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성별 간 임금 격차가 존재하며, 기업의 경영 임원진에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현저히 낮다. 남성의 일과 여성의 일은 전혀 다른 것일까? 도대체 왜 이리도 ‘유리천장(Glass Ceiling, 충분한 능력을 갖춘 구성원 특히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부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일까.

◆ 남성, 여성의 아군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린 ‘미투 운동(MeToo)’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한 이후 직장에서 여성의 지위를 재조정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에 대대적으로 기업의 조직개편이 진행되는 동시에, 다양한 업계에서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성은 자신이 성희롱 가해자로 의심받을까 여성과 함께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로 가능성이 있다. 일과 관련된 측면에서 여성과 밀접하게 협력하기를 꺼리는 남성은 당연히 여성 동료의 경력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남녀평등에 무관심한 남성도 여성의 지위 향상을 방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성은 여성의 적인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남성이 여성의 아군으로서 평등을 향한 투쟁에 힘을 보태는 경우도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전문직에 종사할 기회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의 역사 속에서 남성이 방관자 역할만을 자처했던 것은 아니다. 

198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 월터 먼데일은 제럴딘 페라로 당시 하원의원을 첫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그 배경에는 연방하원의장과 뉴욕주와 오하이오주의 주지사 등으로부터 ‘부통령 후보는 여성에게’라는 강력한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페라로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 지위에 추대된 것은 오랜 시간 여성들의 적극적인 운동이 있었기 때문뿐만은 아니다. 이는 권력의 자리에 올라있는 남성들의 응원 결과이기도 했다. 이 구도는 현재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미대선에서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찌감치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고, 실제로 카멀라 해리스 당시 상원의원이 최종 당선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이자 첫 비(非)백인 부통령이 됐다. 

◆ 남성 목소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 높일 수 있어

ⓒPhoto by John Robert Marasigan on Unsplash
ⓒPhoto by John Robert Marasigan on Unsplash

미국 국립보건원(NIH)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은 앞서 2019년 과학 관련 회의에서 “남성 패널(토론자)만이라는 전통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면서 “포용성이 결여된 회의의 강연 의뢰는 거부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나중에 콜린스 소장은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인해 생물의학 영역에서도 여성 과학자가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를 두고 미국 프린스턴대 신경과학 야엘 니브 교수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면서 “주최자 모두 청중을 관심을 끌 수 있는 콜린스 소장을 초청하고 싶어 한다. 그러한 사람이 ‘회의 등단자 구성이 적절치 않다며 기조 강연은 맡지 않겠다’고 하면 거대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성의 목소리가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니라 이들이 남성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남녀격차와 성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면 함께 평등을 지향하는 든든한 동료로 보인다. 아울러 남녀 간 불평등이 특수한 관심 사안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는 의식을 높여 확산시킬 수 있다.

◆ 남성도 혜택받는다

남성의 협력으로 여성의 활약을 가로막는 관습이나 상식을 바뀐다면 여성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성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성에게 불리한 계층 구조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함정이 되기 때문이다. 

남성의 언동에는 엄격한 사회적 규범이 존재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비난을 받는다. 대표적인 예로, 남성은 싹싹하게 행동하거나 허점·감정(분노 제외)을 나타내면 '남자답지 못하다'라고 비판을 받기 쉽다. 이러한 언동은 오히려 신뢰 관계를 키워 일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데, 암암리에 그러한 남성은 능력도 호감도도 낮다고 간주하고 있다. 

물론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1990년대 초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는 노동관과 가정관의 변화를 지적했다. 새로운 세대의 남성은 육아에 관여해 배우자와 더욱 대등한 관계를 구축하고 싶어 하며 ‘남성이 정한 남성다운 본연의 자세는 더는 우리의 생활에 맞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30년 후인 지금도, 남성은 시대에 뒤처진 남성다움에 묶여, 육아와 가사 등에 참여가 제한되어 있다. 

2015년 NYT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해 성인이 된 밀레니얼 세대 남성은 그 전 세대보다 남녀평등에 대한 의식이 높지만, 실제 그 생활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대체로 다르지 않다고 보도했다. 근로시간은 변함없이 길고 육아에 적극적인 남성을 괴짜 취급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게으름뱅이로 본다는 것이다. 

육아 휴직의 경우 대기업에서는 일반적인 제도로 성별에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지만, 남성의 취득률은 여성보다 훨씬 낮다. 2018년 인적자원관리협회보고에 의하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이러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한 사람은 여성은 66%였지만, 남성은 3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 이익은 남성의 손실’이라는 제로섬(Zero-sum) 사고

ⓒPhoto by Rod Long on Unsplash
ⓒPhoto by Rod Long on Unsplash

성차별과의 싸움이 남녀 모두에게 유익하다면 왜 더 많은 남성이 참여하지 않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손꼽히는 것은 '남성은 전통적인 기대를 저버리는 것에 저항감을 느낀다', '여성의 이익은 남성의 손실이라는 제로섬(Zero-sum, 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하여 한쪽이 득을 보면 반드시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혹은 이러한 이유가 서로 중첩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 어린 딸의 병을 이유로 표결에 불참했을 때의 일이다. 이때 동료의원이었던 돈 트로터는 취재진에게 “아이를 핑계로 게으름을 피우다니 그의 인격의 빈곤함을 알 수 있다”고 비난한 적이 있다. 이러한 비판이 있으면 남성은 일을 최우선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거역하기 어려워진다. 

많은 남성이 직장에서의 남녀불평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신문에 실린 2019년 조사에서 MBA 학위를 받은 남성은 불평등의 심각함을 7단계 중 6(매우 큰 문제)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의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0% 이상의 남성이 ‘남성이라는 점은 경력에 유리하다고 본다’고 응답했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아니면 여성이 솔선수범하도록 한발 물러서야 할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불안감은 남성이 여성을 옹호할 때의 ‘심리적인 입장’과 연관되어 있다. 남녀차별 문제에 대한 대처를 지지하는 남성들도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쪽에 자신들이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 남성이 ‘성차별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이유

직장내 남녀공동참여에 관한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관여가 적은 이유 중 하나는, 젠더 관련 문제에서 발언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느끼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더 중요한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남녀평등이 남성에게 갖는 의미를 논의하고, 그러한 노력에서 남성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심리적인 입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개인이 남녀평등의 촉진을 집단의 중요한 과제로 규정하면 남성은 이러한 문제에 참여할 사회적인 힘을 얻는다. 

남성의 참여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나 행동은 많은 측면에 변화를 가져온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최대한 활용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러한 제도를 장려하는 것만으로도 육아에 관한 남녀의 경직된 역할 분담을 해결할 수 있다.

편견 있는 생각이나 발언에 당당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향해 자신은 동료 여성의 존엄과 공정한 대우를 지지한다는 메시지가 된다. 남성의 목소리는 강력하고, 시스템을 수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힘이 있다. 남성은 매우 많은 지도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이나 보수, 승진 등의 과정에서 편견을 없앨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남성이 적극적으로 성차별문제에 참여함으로써 남녀평등을 향한 노력은 비약적으로 가속화되고, 그토록 여성을 괴롭혀온 ‘유리천장’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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