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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곳 잃은 아기 바다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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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곳 잃은 아기 바다표범
  • 이민정 기자
  • 승인 2021.04.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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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ergi Ferrete on Unsplash
ⓒPhoto by Sergi Ferrete on Unsplash

[프롤로그=이민정] 매년 12월이 되면 캐나다 세인트로렌스만(Gulf of St Lawrence)에는 북극에서 남하해 온 하프 바다표범(Phoca groenlandica)들이 찾아온다. 2월 하순부터 3월 초순까지 마들렌 제도 인근 해빙(Sea Ice, 해수가 냉각하여 동결한 것) 위에서 출산하기 위해서다. 해마다 수백명의 인파가 이 바다표범의 출산지에 있는 하얀 아기 물범을 보기 위해 몰린다. 

그러나 올해 풍경은 사뭇 달랐다. 수백 마리의 새끼 물범들이 출현한 곳은 마들렌 제도의 해빙이 아닌, 북동쪽으로 약 550km나 떨어진 블렁-싸블롱(Blanc Sablon) 인근 해안이었다.

지난달 23일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 세인트로렌스만의 현재 해빙이 1969년 관측을 시작한 이후 가장 적었다고 보도했다. 해빙이 불안정하면 해안으로 찾아온 아기 물범들이 깨진 얼음덩어리에 짓눌리거나 포식자에게 먹히는 등 다양한 위협에 노출되게 된다. 이에 2021년 어린 바다표범의 사망률은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40년째 캐나다 북부에서 촬영하고 있는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가 마리오 씰은 “올해는 얼음이 전혀 없다” 며 “바다표범들에게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 두꺼운 얼음이 없다

크면 몸길이 180cm, 몸무게 180kg에 달하는 하프 바다표범(Phoca groenlandica)은 일반적으로 육지로는 거의 올라가지 않고 북대서양과 북극해의 차가운 바다를 돌며 갑각류와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장소를 기억하며, 매년 겨울이 되면 번식을 위해 일제히 그곳으로 돌아온다. 

이 바다표범이 출산하는 곳은 해빙 위뿐이지만, 세인트로렌스만의 얼음 양은 매년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대해 캐나다 해양수산부의 해빙 전문가 피터 걸브레이스는 “세인트로렌스만에는 거의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고 전했다.

보통 만 전체의 약 63km의 얼음이 있었지만, 올해는 2월 정점인 시기에도 약 13km 미만에 불과했다. 이미 약 4km 미만까지 감소하고 있다. 얼음의 질 또한 중요한데, 폭풍우를 견딜만한 두꺼운 얼음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세인트로렌스만에는 지난 10년 동안 온난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높아지면서 만에 출현한 몇 안 되는 유빙(Pack Ice, 표류하는 해빙)도 간단하게 부서져 버리게 됐다. 이러한 작고 얇은 얼음들은 파도에 쓸려 쉽게 부서지거나 주위에 약한 폭풍에도 얼음의 균열이 생기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 새끼 물범 양육할 수 있는 ‘얼음’을 찾아서

ⓒPixabay
ⓒPixabay

해양수산부의 바다표범 전문가인 개리 스텐슨은 아기 물범의 어미들이 아마도 예년처럼 겨울철 식량을 구하기 위해 남하하여 세인트로렌스만을 찾으리라 추측했다. 그러나 막상 예년에 출산 장소로 삼았던 얼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북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빙질의 상태)상태가 좋은 해의 얼음은 매우 촘촘하게 정리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상태가 나쁜 해에는 얼음 사이에 틈새가 생기고 바람이나 해류에 의해 얼음이 쉽게 이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한 해에는 바다표범의 사망률이 높아지게 된다. 

또 새끼 물범은 태어날 때 지방층이 없어서 고지방 모유를 먹고 체중을 늘린다. 이처럼 극한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위한 스태미나를 기르려면 안정된 얼음 위에서 몇 주 동안 지내야 한다. 만약 어미가 없는 상태에서 바다에 빠지기라도 하면 대부분이 목숨을 잃게 된다.

해양 포유류 전문가 마크 해밀은 임신 중인 어미들은 빨리 유빙을 찾아야 하므로 해안 근처의 깨진 얼음덩어리에서 출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깨진 얼음 등의 환경에서 태어난 아기 물범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지적했다.

◆ 인기 높은 바다표범 투어

앞서 1958년과 1969년에도 얼음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때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추운 계절이 짧아지고 있는 가운데 2010년, 2011년, 2017년, 2021년 등 얼음 부족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고 이대로 세인트로렌스만의 해빙이 계속해서 줄어든다면 머지않아 이 해역에서 자란 기억을 가진 바다표범이 사라지거나 또는 이 해역으로 되돌아오는 것 자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또한 그것은 이 지역이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특히 마들렌 제도에는 바다표범을 보기 위해 매년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며, 그 덕분에 주민들은 겨우내 일자리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지역은 어린 바다표범이 사라지게 된 것 외에도 기후변화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해빙 부족으로 인한 연안의 침식 문제와 바닷가재의 감소 등이 있다. 바닷가재는 현재 더 차가운 북쪽 바다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한편, 블렁-싸블롱 해안에는 어린 물범이 찾아온 광경에 인근 마을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이 속속 찾아오고 있다. 이들이 목격한 귀여운 아기 물범의 사진들이 한때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아기 물범을 목격한 이들은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 아기 물범들은 지치고 약해진 상태이거나 혹은 파도 아래로 가라앉은 수많은 어린 바다표범 중 한 마리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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